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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쉬운 말과 글

입력
2017.04.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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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겨울, 영국 리버풀에서 영세민 노인이 난방을 하지 못해 동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당시 영국에는 영세민에게 난방 보조금을 지급하는 복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행정 관청에 난방비를 신청하는 서식의 문구가 너무 어려워 영세민이 문구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정 서식이 어려워 난방비를 신청하지 못해 사람이 죽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자 영국에서는 크리시 마허 여사가 중심이 된 민간단체 주도로 ‘쉬운 영어 쓰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부가 민원서류나 안내문, 설명문 등을 작성할 때 문장을 너무 길게 쓰지 말고 수동태 대신 능동태 표현을 사용하며 고어(古語)나 전문용어, 어려운 외래어 등을 쓰는 대신 쉬운 영어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이 정부 문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법원의 소송문서나 판결문, 행정관청의 민원서류,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약관, 제품의 사용설명서 등의 표현에 어려운 한자어나 외국어, 전문용어 등이 많아 국민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지난 2005년 국민이 각 분야의 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어기본법’이 제정돼 행정 문서의 내용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일반화되지 않은 약어와 전문 용어 등의 사용을 피해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은 공공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정책을 집행하고 소통하는 행위이므로 무엇보다 국민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알기 쉬운 말과 글을 사용해 정책을 쉽게 이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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