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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차 산업혁명기, 우리 금융 어디로 가야 하나?

입력
2017.04.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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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의 회복 조짐이 완연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완화 기조를 서서히 탈피하면서 시장금리도 오르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금융업을 혁신하고 규제도 일신한 결과다. 4차 산업혁명은 이번 회복세를 장기 성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선진국들의 대표적 신성장 동력원이다.

과거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주로 제조업 부문에서 생산의 효율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혁명은 금융업 등 서비스 산업까지 포괄한다.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노동과 자본이라는 생산 요소의 제약 조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과 금융혁신을 통해서다. 이것이 시차를 두고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면, 향후 세계경제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예단하기 어려워진다.

금융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핀테크(fintech)’로 요약된다.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혁신이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인터넷의 범용성, 고성능 컴퓨터, 알고리즘 기술 등이 혁신의 동력이다.

핀테크는 기존 금융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공산이다. 무엇보다 금융생태계가 다양화하고 건강해질 것이다. 신규 기업의 금융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어 금융안정성을 높일 것이다. 또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대형 금융기관에 의한 시스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둘째, 금융시스템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단순중개업무는 자동화되고, 금융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간 직거래도 가능해진다. 그 결과 금융 중개 비용은 크게 줄어들고,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생산성은 향상된다. 셋째, 금융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진다.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면, 신규 기업도 낮은 비용으로 대출을 비롯한 금융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혁신은 금융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다만 디지털 혁신의 진행 속도와 범위는 국가별로, 또 금융서비스 분야별로 달라질 수 있다. 또 당장 성과를 내기보다는 당분간 실험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곧바로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둘 사이에는 언제나 시차가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금융업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선진국에서 금융업은 과잉 발전으로 위기를 초래했다면, 국내에서는 더딘 발전으로 성장 기여도가 낮다. 발전을 위해선 변화는 불가피하다. 우리 금융업도 이미 거대한 도전 앞에 섰다. 금융업 내부의 장벽은 완화되고, 금융업과 비금융업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전체 금융업도 기능별로 더욱 분화할 것이다.

규모 및 범위의 경제효과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감내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망을 통해 국경을 초월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국가간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향후 4차 산업혁명 관련한 대규모 신산업 투자의 시드머니 제공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최근 은행권의 움직임을 보면, 양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이 느껴진다. 단순중개업무의 대형화나 업무조정 없는 고용 감축이 대표적이다.

이제 우리나라 금융업은 진정한 ‘산업’으로, 금융회사는 ‘기업’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공공성’이란 무거운 모자를 벗고 ‘상업성’이란 야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물부문 발전과 조화를 이루고 치열한 국내외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금융감독 당국도 핀테크가 가져올 새로운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핀테크가 금융산업 발전을 통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 고민해야 한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규제 체계를 지양하고 네가티브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기능별 규제로의 전환도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금융 당국이 규제와 육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목적을 갖는 지금의 금융정책 프레임이 시대적 흐름에 적합한지도 곰곰이 따져볼 때가 됐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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