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이가 잘한 일엔 침묵, 화날 땐 말 쏟아내지 않나요?

입력
2017.01.05 20:00
0 0

행동 바로잡을 땐 화내지 말고

명확한 목소리로 셋 세면 효과적

부모 감정 다스리는 법 보여주고

자녀 스스로 행동 조절할 기회 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녀가 세상에 처음 온 날을 떠올려서 보세요. 이 작고 연약한 아이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시간은 흘러 부모의 보호와 사랑으로 지금까지 자랐습니다. 처음에 느꼈던 그 설렘과 기쁨을 지금도 충분히 누리고 있나요. 아니면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더 많이 느끼고 있나요. 요즘 제가 공동 번역하고 있는 육아서 ‘행복한 가정을 위한 1-2-3 매직’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녀양육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 세 가지

자녀를 키우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로 사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자존감이 자랍니다.

두 번째는 자녀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자녀의 유능감이 자랍니다.

세 번째는 자녀의 문제행동을 바로 잡아 주는 것입니다. 자녀의 자기조절력과 문제 해결력이 자랍니다.

이 세 가지 중 부모의 성향에 따라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게 있을 것입니다. 이 중 세 번째 문제행동 조절하기부터 거꾸로 살펴보겠습니다. 자녀의 문제행동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많지만 원칙만 지킨다면 가장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명심해야 할 훈육원리

지난 시간에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와 성장 과정, 아이에 대한 신념들을 살펴보았지요. 이어서 중요한 훈육원리를 한 가지가 더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울 때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너무 감정적으로 변합니다. 특히 화가 났을 때 더욱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직장 상사나 친구들이 화가 난 채로 나에게 말을 많이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 말이 타당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화가 난 채로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자녀가 잘해서 기분이 좋을 때는 별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굳이 칭찬하고 격려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생각해보세요.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잘해냈는데 소중한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훈육을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여기에 있습니다. 화나면 말이 많아지고, 기분 좋으면 침묵한다. 이 실수를 반대로 하는 것이 훈육의 기초 원리입니다.

화나면 침묵하고, 기분 좋으면 더 많이 표현한다.

화나면 침묵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모의 화로부터 자녀를 지키기 위해

2. 부모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3. 자녀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무엇보다도 부모의 화로부터 자녀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모의 화를 견뎌내야 합니다. 어른인 부모도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어린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라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그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의 화를 조절한 것처럼 자녀도 스스로 부정적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잘 조절했다면 격려해줘야 합니다.

“많이 화났는데도 잘 조절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구나.”

화를 내면 자녀의 부정적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자녀는 부모의 감정 공격을 받았고, 부모가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거칠어지는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됩니다.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지 못했기 때문에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자기 스스로 생각해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부모에게 혼나면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기에 유능감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소중하고 유능한 존재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녀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화났을 때 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자녀를 소중하고 유능한 존재로 키우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사탕 주세요.”

“안 돼.”

“왜 안 돼요?”

“잠시 후에 저녁 먹을 거야.”

“아. 그래도 주세요.”

부모로서 왜 안 되는지, 두 번 이야기했으면 그냥 말 들으라고 일장 연설을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화가 슬슬 올라올 수도 있고요. 자녀가 부모의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고, 화나지 않아서 친절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어떻게 해서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작정하고 달려들고(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임을 명심하세요) 화가 나기 시작한다면 더 말하지 마세요.

좋습니다. 더 말하지 않았어요! 부모의 화로부터 자녀를 보호했고, 부모가 화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자녀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손가락을 하나 펴고 차분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유진아, 하나!”

화내면서 말하면 안 됩니다. 그럼 역효과만 납니다. 여기서 ‘하나!’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평소 많이 쓰는 하나, 둘, 셋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쓰곤 합니다.

“유진아, 떼쓰지 말라고 했지! 이제 그만 해! 셋 셀 때까지 그만 두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야! 하나! 둘! 셋! 너 이리와!”

경고와 협박의 의미로 하나, 둘, 셋을 셌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위한 1-2-3 매직’에서 이야기하는 하나, 둘, 셋은 경고와 협박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3. 자녀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차분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아니면 손가락 하나를 펴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유진아, 스스로 조절하세요.”

만약 스스로 문제행동을 조절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분 좋으면 더 많이 표현하라고 했지요. 눈웃음을 짓거나, 엄지를 세워주거나 격려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주었는데도 또 문제행동을 한다면, 역시 화내지 않고(애들은 원래 그런 거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세요.) 차분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면서 말합니다.

“둘!”

스스로 조절한다면 격려하고, 또 문제행동을 한다면 역시 화내지 않고 차분하고 명확한 목소리로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면서 말합니다.

“셋! 타임아웃”

이렇게 숫자를 세면서 부모가 감정을 조절하고, 자녀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법을 ‘카운팅(Counting)’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조절하지 못했다면 이곳이 아닌 다른 장소로 가서 주어진 시간 동안 있게 합니다. 거기에서 특별히 반성을 하거나 벌을 받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곳에 가서 정해진 시간 동안 있다가 시간이 되면 나오면 됩니다. 타임아웃을 한 다음에도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내면 됩니다.

다음에는 자녀에게 카운팅을 소개하는 방법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유진 세종온빛초 교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