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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시코드 첫 무대 손열음, 바흐 시대 악기로 드라마틱 바흐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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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시코드 첫 무대 손열음, 바흐 시대 악기로 드라마틱 바흐 선봬

입력
2015.07.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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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하프시코드 데뷔 무대를 가진 손열음은 “관객의 입장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바흐가 작곡한 당시의 악기로 듣고 싶어 하프시코드를 연주했다."고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24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하프시코드 데뷔 무대를 가진 손열음은 “관객의 입장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바흐가 작곡한 당시의 악기로 듣고 싶어 하프시코드를 연주했다."고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24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바흐(1685~1750) 시대 악기인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손열음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드라마틱한 구성이 돋보이는 화려한 공연이었다. 바흐가 1741년쯤 작곡한 이 작품은 아리아와 30개의 변주, 아리아 변주를 통해 하프시코드의 모든 역량을 펼쳐놓는다. 서정적인 ‘아리아’부터 30개의 변주곡을 리듬감 있게 전개해 나갔는데, 특히 중반부를 격정적으로 몰아쳐 평균 50분인 연주 시간이 40여분으로 줄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패시지(중요한 멜로디 흐름을 연결하는 악곡의 짧은 부분)를 강조하는 느린 연주를 선보이다 마지막 아리아 변주에서 처음과 같은 서정적 연주로 기승전결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건반 폭이 좁고 얕은 하프시코드에 겨우 적응한 감각이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23일 대관령음악제 개막식 연주를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습했다”는 고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프시코드는 피아노의 조상격인 악기. 피아노가 줄을 때려서 낸다면 하프시코드는 줄을 뜯어 작고 섬세한 소리를 낸다. 손열음은 “소리 강약과 길이를 조절할 수 없고 타이밍으로만 변화를 주기 때문에 곡 해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이번 연주회를 줄곧 “하프시코드 세계 데뷔”라고 불러왔다. 2008년께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하노버 국립 음대에서 하프시코드를 배웠지만 공식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주회 전, 자신의 특장인 강렬한 타건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기교를 포기하는 거냐는 질문에 “그렇게 연주하면 이 악기는 망가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나 예민한 악기냐 하면요, 음을 맞춰놔도 무대 조명 켜면 다시 조율해야 돼요. (크기와 길이 조절이 안 돼) 연주자가 많은 걸 내려놓아야 하는 악기죠.”

대신 하프시코드는 음색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데, 손열음은 이를 십분 발휘해 오르간, 클래식 기타, 하프 등 다양한 현악기의 음색을 자아냈다. 그는 “하프시코드는 1단과 2단 건반 소리가 전혀 달라 한 단을 쓸 때와 두 단을 함께 쓸 때, 각 단의 건반을 앞뒤로 빼 연주할 때 소리가 다 다르다. 중간 레버를 움직이면 현을 막아서 하프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세 곡 정도를 이 소리가 나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프 음색을 내는 건) 악보에 없지만, 이런 기능을 갖춘 악기로 연주하면서 이 음색 안 들려드리면 아까워서요.(웃음)”

10년 전 오르가니스트 칼 리히터(1926~81)가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하프시코드 연주를 꿈꿨다는 그는 “원래 1부는 하프시코드, 2부는 피아노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무대를 꿈꿨지만,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기회가 닿으면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도 내고 싶어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곡이기 때문에 활발하게 근육을 쓸 수 있을 마흔 즈음이요. 생각해보니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하하.”

평창=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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