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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

등록 : 2018.03.13 04:40
수정 : 2018.03.13 09:03

김남주 “고혜란 당당함 비결은 남편 외조”

등록 : 2018.03.13 04:40
수정 : 2018.03.13 09:03

6년 만에 ‘미스티’로 복귀 앞두고

말투ㆍ팔자걸음 지우기 어려워

비욘세 강한 목소리 들으며

허리 펴고 우아한 몸짓 연습

든든한 남편 김승우는

대형 밴 선물 지원사격

신인배우 시절 생각하며

후배들을 위해 #미투 지지

김남주는 지난 2일 열린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기자간담회에서 블랙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일부러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JTBC 제공

“자, 밥 먹으러 갑시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배우 김남주(48)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인들을 자신의 밴에 태웠다.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더니 “편하게 모두 앉으셨죠?”라고 물은 후 “출발!”을 외쳤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이끄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혜란이었다.

김남주는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처럼 솔직하고 당당한 배우다. 낯가림하지 않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후배들에게 “형님”으로 통한다. “의리 빼면 시체”라는 김남주에 대한 방송가 평가는 그의 25년 연기 인생을 함축한다. 김남주는 한국일보와의 만남에서 화면 안팎의 삶, 고혜란으로 살아가는 요즘을 들려줬다.

김남주는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을 연기하고 있다. JTBC 제공

“비욘세와 켈리 클락슨, 고혜란을 깨웠다”

김남주는 손에 든 휴대폰에서 음악 파일 하나를 찾아 재생했다. 팝스타 비욘세의 곡 ‘크레이지 인 러브’였다. 비욘세가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에 맞춰 새롭게 리믹스한 버전이었다. 영화 내용에 걸맞게 섹시한 음색이 돋보였다. “이 노래는 어때요?” 김남주는 곧바로 다른 곡을 들려줬다. 미국 오디션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이 배출한 스타 켈리 클락슨의 히트곡 ‘비코즈 오브 유’였다. 김남주는 집과 ‘미스티’ 촬영장에서 틈만 나면 두 곡을 반복해서 듣는다고 했다. “고혜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어떻게 하면 멋있어 보일까? 사연 많은 고혜란을 어떻게 표현할까?”가 고민일 때 두 노래가 큰 도움이 됐다.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이후 6년 만의 드라마라 그는 마음을 단단하게 조였다. 중학생이 된 딸 라희와 초등학생 아들 찬희를 돌보느라 연기 활동을 중단했던 그로서는 안방극장 복귀가 쉽진 않았다. 계란과 닭가슴살을 주로 먹으며 몸매를 만드는 일보다 “아줌마의 그늘”을 지우기가 더 어려웠다. 어느새 빨라진 말투와 급하게 걷는 ‘팔자걸음’은 변신에 큰 장애물이었다. 비욘세와 클락슨의 음악은 김남주에게 ‘특효약’이 됐다. 강한 호소력을 지닌 이들의 음색은 움츠려있던 김남주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우아한 몸짓을 하게” 했다. 대본 연습을 하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던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2009)과 ‘역전의 여왕’(2010) 등의 코믹 말투도 사라졌다. 음악은 캐릭터를 완성하는 김남주만의 비결이었다.

김남주는 남편인 배우 김승우가 구해준 대형 밴을 타고 촬영 현장을 다닌다.

‘외조의 왕’ 김승우!

“고혜란은 최고만 해야 해!” 김남주가 타고 다니는 밴은 조금 특별하다. 다른 배우들처럼 소속사가 내 준 차량도 아닌데 무척 크다. 김남주의 든든한 조력자, 배우이자 남편 김승우가 구해준 차량이다. 김승우는 현실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고혜란 연기에 집중”하라며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미스티’ 출연을 권유한 이도 김승우였다. 그는 “김남주가 아니면 누가 하느냐?”며 아내의 등을 떠밀었다. 대형 밴까지 구해다 줘 김남주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승우는 연극 ‘미저리’에 출연으로 바쁘지만, 주변인들에게 ‘미스티’ 예찬을 잊지 않는 ‘김남주 홍보맨’이다.

김승우의 선견지명은 적중했다. 시청자들은 “김남주가 아니면 고혜란을 누가 해냈을까?”라며 김남주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일 3%대에서 시작한 ‘미스티’의 시청률은 최근 7%대까지 치솟았다. 김남주는 드라마가 전파를 탄 후 “촬영장에서 울컥할 때가 많다”고 했다. “시청자들의 호평에 매일 운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고 말하는 김남주의 눈가는 촉촉히 젖었다. 6년을 쉰 만큼 복귀 준비도 힘겨웠다. 안주하기 보단 “어려운 도전”을 택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샀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내조의 여왕’ 등으로 인연을 맺은 스타 작가 박지은은 “고혜란은 너무 멋있고, 그걸 해낸 김남주는 더 대단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응원하기도 했다. 김남주는 “영화나 드라마에 40대 여배우의 자리가 없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저로 인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남주가 지난 2일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다. JTBC 제공

“후배들을 위해 ‘#미투’ 운동 지지한다”

김남주도 배우 초년병 시절엔 “여자로서 모욕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 유독 여배우를 혹독하게 대하던 한 PD에겐 “네가 뜨면 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라는 말도 들었다. 드라마 PD 등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동료를 목격하거나 성폭력에 시달리던 동료의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용기를 내 항변할 수 없던, 무력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요즘 ‘#미투(Me Too)’ 운동은 김남주에게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미스티’ 기자간담회에 김남주는 검은 옷을 입고 등장했는데 “‘미투’ 지지를 위해 선택”한 의상이었다. 그는 취재진이 의외로 눈치채지 못해 서운했다. “기자간담회 일정을 듣자마자 검은 의상을 준비하자고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했어요. 용기 내 목소리를 높이는 여성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어요.”

김남주는 ‘미스티’ 속에서도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7년 간 최고의 앵커자리를 지켜낸 고혜란에게 남자 선배들은 성희롱 발언 등을 일삼으며 끊임없이 견제하고, 권력자들은 비리가 들통나려고 하자 외압을 행사한다. “여기서 (그들에게) 지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고혜란의 강렬한 외침에 일하는 여성들이 공감을 표한다. 25년간 연예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김남주도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다. 그는 “48년을 살면서 왜 힘든 시기가 없었겠느냐”고 반문하며 “‘미투’를 지지하는 것도 후배들이 좀 더 즐거운 곳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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