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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슈퍼 갑(甲), 국회 법사위를 개혁하자

입력
2016.05.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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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무소불위의 월권행위를 일삼는다. 그래서 슈퍼갑, 상원의원, 옥상옥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소관 상임위에서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검토해 통과시킨 법안이 종종 법사위원 한 명에 의해 단 몇 분의 논의 끝에 거부당하기도 한다. 소관 상임위의 여야 합의와 전문성은 법사위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원 구성 협상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자리 배분이 동일한 비중으로 다뤄질 만큼 법안의 마지막 관문을 지키는 법사위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국회법 제86조1항에는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각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갈 수 있다. 1951년 법 조항을 만들 당시에는 국회에 법조인이 부족했고 입법보좌시스템 또한 미흡해 법률의 합헌성과 체계성을 검토할 상임위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건이 전혀 다르다. 국회 내에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신설되었고 의원보좌진과 전문위원 등이 양적ㆍ질적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법사위의 법안 체계ㆍ자구 심사의 필요성은 대폭 줄어들었다.

19대 국회에서 의원들은 여야 가리지 않고 법사위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죽하면 타 상임위 소속 동료의원들이 일명 ‘법사위 월권방지법’을 여러 차례 발의했을까. 월권방지법은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권을 명분으로 법안의 내용까지 손대는 권한 남용을 막는 것이 요지이다.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법,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김영란법 등의 심의에서 법사위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법안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수정해 월권이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가 비생산적, 비효율적이라는 그동안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20대 국회에서는 법사위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을 포함한 수많은 국회제도 개혁의 과제가 산재해있지만 국회 내 ‘갑’ 중의 ‘갑’인 법사위 개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새로운 3당 체제에서 지금처럼 법사위가 법안 심의의 마지막 길목에서 권한을 남용한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그 동안 여당 국회의장 대 야당 법사위원장이라는 대결 구도가 계속 유지되면서 비생산적인 무한 갈등과 대치 현상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공감을 형성한 대안은 법사위를 사법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등의 소관에 대한 입법부 본연의 감사 기능은 사법위원회에 남겨두고 법률안의 체계ㆍ자구심사를 법제실로 이관하는 방안이다. 실제로 선진 의회 국가인 미국 일본 영국 모두 별도의 상임위가 아닌 법제실에서 법률안의 완결성을 보완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1월,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함께 법사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법안이 법사위에서 심의되지 못해 계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건 심사 기한을 두는 방법인데 법사위에 상정된 후 90일의 기한을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120일 이상 계류되면 법사위원 5분의 3이 찬성해야 본회의에 보낼 수 있다. 정 의장의 제안은 법사위의 권한은 약화하되 책임을 강화하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법률 만능주의나 여론몰이 때문에 잘못 만들어진 법안이 적지 않기 때문에 법사위가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사위가 그 많은 법안을 깊이 있게 심의할 물리적 시간도 없고 다른 상임위의 법안을 평가할 전문성도 부족하다. 상임위에서 여야가 오랜 검토와 토론을 통해 어렵게 합의한 내용을 법사위가 뒤집고 또 다른 싸움을 유발해 국민의 국회 불신의 원인을 제공해 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법사위 개혁이 선행되어야 20대 국회가 협상과 타협의 국회로 거듭날 수 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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