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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2 14:00
수정 : 2017.05.12 16:43

패럴림픽 마스코트라며… 착취당하고 학대받는 사육곰

등록 : 2017.05.12 14:00
수정 : 2017.05.12 16:43

[양효진의 동물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⑨

보르네오 말레이곰 보전센터에서 한 말레이곰이 자원봉사자들이 숨겨 놓은 먹이를 찾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바주에는 보르네오 말레이곰 보전센터(Bornean Sun Bear Conservation Centre) 가 있다. 말레이곰은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선정한 멸종취약종으로, 두 아종이 있다.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본토와 수마트라에 사는 말레이곰(Helarctos malayanus malayanus)과 보르네오섬에만 있는 말레이곰(H.

m. euryspilus)이다. 말레이시아 생물학자인 웡 슈 테(Wong Siew Te)는 사바주정부, 비영리단체 LEAP(Land Empowerment Animals People)와 함께 2008년 이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보르네오 말레이곰 연구 및 구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2014년부터는 센터를 대중에게 개방해 교육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곰 보호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센터 설립자 웡 씨.(좌) 센터 입구에는 곰의 행동풍부화에 쓰이는 교육용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웡 씨가 열정적으로 곰의 멸종위기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말레이곰의 개체 수 감소는 서식지 파괴와 밀렵이 가장 큰 요인이다. 보르네오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곰을 사냥해 쓸개(웅담)를 약재로 쓰고 고기를 먹고 발톱, 송곳니 등으로 장식을 해왔다. 새끼를 데려다 애완용으로 키우기도 한다. 1997년부터 야생 곰을 잡으면 약 1,300만원 상당의 벌금과 징역 5년을 선고 받지만 밀렵은 계속되고 있다.

센터에서 곰을 구조하면 전염병은 없는지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검역 공간에서 한 달을 보낸다. 그동안 주변 곰들의 냄새와 소리에 익숙해지면, 외부 방사장으로 나가 나무에 오르고 둥지를 만들고 먹이를 찾는 방법을 배운다. 마침내 야생에 나갈 준비가 되면 목에 1년 후 저절로 떨어지는 추적기를 단다. 이로써 곰이 야생에서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곰들이 야생으로 돌아갈 때 목에 차는 추적기. 1년 후 저절로 떨어진다.

망원경으로 높은 나무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말레이곰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반달가슴곰들이 생각났다. 우리나라도 ‘곰’과 인연이 깊다. 단군신화 속 웅녀의 자손들이며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훌륭히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국내외에서 웅담을 사먹는다. 한 때 식용 곰은 1,000마리가 넘었고 여전히 660마리가 남아있다. 얼마 전 녹색연합과 환경부의 노력으로 중성화 수술을 완료해, 더 이상 한국에서 식용 곰은 태어나지 않는다.

높은 나무 위에 있던 말레이곰.

하지만 아직도 사육곰들은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김포에서 탈출한 곰이 40여분 만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또 다른 사례들을 찾아보니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대략 스무 건이 넘었다. 탈출한 곰들은 다시 철창신세가 되거나 사살된다. 낡고 좁은 철창 안에서 살아가는 곰들의 복지는 매우 열악하다.

간디는 ‘한 나라의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따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 패럴림픽 마스코트가 반달가슴곰 ‘반다비’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반다비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의 수준을 높여주길 바란다.

글·사진= 양효진 수의사.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동물원 동물큐레이터로 일하고, 오래 전부터 꿈꾸던 ‘전 세계 동물 만나기 프로젝트’를 이루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 동물원, 자연사박물관, 자연보호구역, 수족관, 농장 등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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