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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선 기자

등록 : 2018.05.25 14:33
수정 : 2018.05.25 20:58

트럼프 “北, 미국을 필사적 구혼자처럼 만들려 책략”

회담 취소 전 12시간 무슨 일이...

등록 : 2018.05.25 14:33
수정 : 2018.05.25 20:58

23일 밤 볼턴이 최선희 담화 보고

“얼뜨기” “미국 처신에 달려…” 등

자존심 건드는 도발적 문구에 발끈

동트자마자 참모회의 후 취소 결정

싱가포르 회담 바람맞은 일도 한몫

동맹국에 사전유출 극도로 우려해

외교관들도 언론 보도 보고 알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6ㆍ12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기까지 백악관에서 벌어진 긴박한 상황을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이 대통령 측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백악관 내 첫 경고음이 울린 건 23일 오후 10시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측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때다.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로 묘사한 부분과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날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과 처신에 달려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 발끈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거친 반응을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료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요일 밤 보고를 당연한 일로 받아 들였고, 하룻밤 자면서 신중히 검토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측의 담화문을 보고하면서 트럼프에게 위협적인 언어는 좋지 않은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파국으로 몰아 미국을 필사적 구혼자처럼 보이게 하려는 책략을 부리려는 게 아닌지 걱정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수를 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낸 토니 슈왈츠는 “트럼프는 굴욕감을 얻는 것에 대해 병적인 공포가 있다”며 “트럼프에게 누가 더 크고 강한지를 보여주는 싸움에서 그가 약하고 작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보다 받아 들이기 힘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시켰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북한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싱가포르 실무 회담장에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등 신뢰가 깨진 것과도 관련이 깊다. 백악관 고위 관료는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북한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말도 안 했다. 북한은 우리를 바람 맞혔다”고 비판했다.

24일 동이 트자 백악관 고위 관료들은 백악관 서관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 오전 7시쯤 사적 공간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의견을 교환했다. 논의에는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소수만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때 회담 취소를 결정했다. 취소를 논의하기 시작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12시간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취소 결정을 알리는 공개서한 초안을 작성하고, 오전 10시쯤 백악관은 기자들에게 공개서한 사본을 발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소식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이 상황을 감지하고 경고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전언이다. 이번 결정은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미국 외교관들조차 일반 대중과 동시에 정상회담이 중단된 것을 알게 됐다고 WP는 보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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