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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같은 학생인권 웹툰 “조카와 소통하며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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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같은 학생인권 웹툰 “조카와 소통하며 그렸어요”

입력
2017.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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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의뢰로 연재 시작

보름 만에 조회수 8만건 돌파

인권침해 사례 100여건 분석

스스로 권리 인식 취지로 구성

학생인권웹툰 '전∨학생입니다’ 의 한 컷. 서울시교육청 제공
학생인권웹툰 '전∨학생입니다’ 의 한 컷. 서울시교육청 제공

“괜찮아? 너희들이야말로…”

등굣길 체육교사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은 가윤은 자신을 위로하는 수호 수현 형제에게 되레 묻는다. 상습 폭언을 하는 교사는 피해 다니라는 형제에게 과연 ‘멀쩡히’ 학교 생활을 하는 게 맞냐는 반문이다. 이 장면이 담긴 학생인권웹툰 ‘전∨학생입니다’ 2화는 ‘학교에서의 나 스스로에 대한 권리가 무엇인지…’라는 독백으로 맺는다.

보름 만에 조회수(5일 기준) 8만2,000건, 새 회를 올릴 때마다 1순위(업데이트 알람)로 사이트 독자에게 알려지는, “사이다처럼 속이 뻥 뚫린다” “학생 중심의 학교가 되길” 등 공감 댓글이 달리는 웹툰. 지난달 21일 연재를 시작해 11일 4화로 마무리된 ‘전∨학생입니다’는 인권이란 소재를 만화로 풀려는 시도가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란 우려를 깼다.

작가 명랑(36ㆍ본명 이시명)은 학생들 덕으로 돌렸다. 그는 10일 “작품을 만들다 보니 학생들이 어른들 생각보다 훨씬 성숙한 존재라는 걸 나부터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았다. 인권 개념을 일방적으로 가르쳐주기보다 학생들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웹툰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게 해보자는 취지였다.

데뷔 5년 차인 명랑은 판타지,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해외 전시에 작품을 낼 정도로 실력을 쌓았지만 인권, 특히 청소년 인권이라는 주제는 어렵고 낯설었다. 청소년의 일탈, 연애 등을 다루는 상투적인 웹툰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를 그려낸 웹툰 ‘라면대통령’에서 호흡을 맞춘 그림작가 신얼(35)씨도 끌어들였다. 자신은 시나리오를 맡았다.

그는 “인권이라는 주제가 무겁고 광범위한데다 실수나 오류를 범할 수 있어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가 가이드라인이 됐고, 실제 교육청으로 접수된 학생인권침해 사례 100여건을 분석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명랑은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인권 개념에 접근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웹툰이나 잡지도 참고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조카도 주요 취재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모범생으로 대우받지만 인권의식이 전무한 수호ㆍ수현 형제가 전학생 가윤을 만나 학생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차츰 익혀나가는 작품의 얼개가 갖춰졌다. 필요 이상의 교칙 강제, 편견과 선입견이 스며든 교사들의 학생 차별을 학생 입장에서 담담히 담았다. “이게 다 너희 잘 되라고”(1화), “학생이면 학생답게”(3회) 등 교사가 흔히 하는 말들을 제목으로 삼은 것도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자극하자는 작가의 의도다. 그는 “교사의 의도가 나쁘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인권 침해라고 느끼면 적극 방어해야 한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호응하자 서울시교육청은 ‘전∨학생입니다’를 2월 중 만화책으로 제작해 학교 현장에 학생인권교육 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등 노동 인권 교육에도 웹툰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의 진고 고민을 담은 ‘꿈꾸는 소녀ㆍ소년’(세종시교육청), 학교 폭력을 다룬 ‘행복한 학교, 인권을 만나다’(인천 교사들) 등 점차 학교 현장의 문제를 다루는 웹툰도 늘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학생인권웹툰 ‘전∨학생입니다’를 만든 명랑(왼쪽)과 신얼.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학생인권웹툰 ‘전∨학생입니다’를 만든 명랑(왼쪽)과 신얼.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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