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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걱정부자] “위험 제로사회 불가능… 탈원전도 전문가ㆍ대중 인식 격차 좁혀야”

입력
2017.07.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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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문가 눈으로 보는 위험과

대중이 느끼는 불안 간극 커

서로 대화와 이해를 통해

적정 수준 위험은 수용해야

#2

정부 불신에 메시지도 왜곡

정보 공개로 신뢰 회복을

송해룡 성균관대 SSK 위험커뮤니케이션연구단장은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걱정을 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송해룡 성균관대 SSK 위험커뮤니케이션연구단장은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걱정을 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 자체가 하나도 없는 ‘위험 제로 사회’는 사실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하니까 다 없앤다는 식이어선 안 되죠. 그보다, 위험한 건 위험하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안심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송해룡(64)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성균관대 SSK위험커뮤니케이션연구단장)는 “위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해야 불안과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첨예한 이슈인 탈원전에 대한 정책결정도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인식 격차를 좁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이 없는 사회, 가능한가.

“위험이 없는 사회는 없다. 그런데도 모든 논의를 ‘위험 제로 사회’에 놓고 하는 게 문제다. 현 정부의 탈핵정책도 위험의 원인을 없애자는 정책 아닌가. 위험은 막으려 하되, 상호 대화와 이해를 통해서 적정 수준의 위험을 수용해야 한다. 눈높이를 ‘위험 제로’에 맞추면 새로운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전자파가 위험하지만 30분~1시간씩도 통화한다. 자동차가 위험하지만 안 탈 수 없지 않나. 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에서 이견과 논란이 생기는 것 아닐까.

“수용 수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이 얼마나 위험을 느끼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개인이 ‘내가 어떤 일에 위험함을 느끼는지, 아닌지, 느낀다면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위험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험 측정은 무섭다, 나쁘다는 식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이 부분에서 무엇이 좋고 저 부분에서 무엇이 나쁜지 조목조목 따져서 해야 한다. 개인에 따라 위험 평가는 다르다. 지역, 성별, 나이 등 자신의 배경과 경험에 따라 다르고, 위험하지만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하는지 그 편익에 따라 총체적인 위험 평가가 달리 나온다.”

-그렇다면 탈핵 결정을 위한 공론화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나.

“우선 전문가와 일반 대중의 위험 인식 격차를 좁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전문가들이 파악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원자력이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 의료ㆍ산업적으로는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이해한 바탕 위에서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이런 개인들의 평가가 모여 사회적 평가를 이룬다. 토론은 그 다음 순서다.

전문가 역시 대중이 불안해하는 정도와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정부가 국민 대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일반적인데, 전문가가 데이터로 보는 위험은 일반인이 피부로 느끼는 위험과 차이가 크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요소를 전문가들이 외면하거나, 때론 국민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위험을 전문가들이 민감하게 볼 수도 있다.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위험 인식의 간극이 좁혀져야, 국민의 위험 인식이 정부의 정책결정 단계까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다.”

송 교수는 한국이 이미 ‘불신사회’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상시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국민들과 나눠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송 교수는 한국이 이미 ‘불신사회’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상시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국민들과 나눠 조금씩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최근 햄버거병 논란도 있었는데.

“특히 민감한 식품 안전 문제에 있어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쟁점을 정리하고 사실인 것과 아닌 것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식품 논란에서 식약처가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맥도날드와 피해자 측) 주장이 난립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의 역할은.

“미디어는 파급력이 높아 불안 확산에 영향을 많이 준다. ‘투모로우’라는 재난 영화를 관람하도록 한 뒤 148명의 관람 전후 위험 인식의 변화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관람 후 재난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해수면 상승에 대한 공포는 33%에서 61%로 두 배나 뛰었다. 미디어의 영향이 이런 식이다. 특히 언론 보도는 (자극적인) 특정 정보만 부각시키지 말고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균형있게 담아야 한다. 언론이 소수의 취재원만 인용해 기사를 쓰는 경우 불안을 자극하는 왜곡된 보도가 될 수 있다.”

-최근엔 시민들이 언론이 아닌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정보와 루머의 영향을 받는데….

“루머는 잠시 특정 집단에 이익이 될 수 있으나 사실이 아닌 루머로 드러나면 오히려 이익을 봤던 집단이 타격을 받는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합의와 소통을 이끌어 내는 데 장애물이 된다. 루머에 한 번 노출되고 나면 사안 전반을 신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광우병 사태 후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신뢰가 추락했다. 당시에도 개인들이 다양한 수준의 위험을 감지했으나, 이게 과학적인지 차분히 검증하고 토의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정보가 아예 막혀 있으면 불안과 공포가 더 극심해진다. 체르노빌 사태 때 정보가 폐쇄된 후 무수한 악성 루머가 돌고 공포가 커졌다.”

-현재 한국 사회의 위험 수준과 신뢰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한국은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할 정도의 불신 사회다. 2016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심수준 진단 인식조사에서 안심지수가 43.3점이 나왔는데 서로를 못 믿는 사회라는 뜻이다. 최근 수년 간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건 사고들이 있었는데 정부가 자연 재난으로 간주하고 조정기능을 보여 주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 신뢰가 너무 낮아 정부의 모든 메시지를 왜곡해 보는 경향이 있다. 마치 물에 넣은 젓가락이 구부러져 보이는 것과 같다. 정확한 메시지조차 구부러진 젓가락으로 본다.”

-어떻게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까.

“정부는 갖고 있는 정보를 숨기거나, 개인들의 잘못을 부각시키면서 빠져나가려 하면 안 된다. 또 정책 방향을 정해 놓고 나서 국민 의견을 수렴 하는 것도 금물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불안과 불신이 쌓이면 마그마처럼 응축돼 있다가 어떤 계기에 한순간 화산처럼 분출한다.

평소 투명한 소통이 신뢰의 바탕이다. 정부와 기관의 대변인들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모호한 설명을 지양하고 정확하게, 단계적으로, 개념별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관행이 긴 시간 축적돼야 신뢰가 쌓인다. 필요할 때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위기상황을 만났을 때 정부가 ‘비바람만 피해 보자’는 식으로 비닐하우스를 짓는데, 폭풍이 오면 비닐하우스는 쓸모가 없다. 국민은 정부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게 비닐하우스인지 튼튼한 집인지 알고 있다는 걸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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