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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9회 연속 진출하고도 비난 받는 한국축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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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9회 연속 진출하고도 비난 받는 한국축구, 왜?

입력
2017.09.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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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비기고 같은 시간 이란-시리아가 무승부로 끝나며 극적으로 월드컵 진출에 성공하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6일 한국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비기고 같은 시간 이란-시리아가 무승부로 끝나며 극적으로 월드컵 진출에 성공하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의 금자탑을 쌓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의 인터뷰도 비판 받고 있다. 한국이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긴 뒤 신 감독은 중계 카메라 앞에 섰다. 같은 시간대 이란-시리아 경기가 추가시간에 돌입해 진행 중인 상황이었는데 신 감독은 본선 직행을 확정한 듯 인터뷰에 응했다.

만약 시리아가 1골만 더 넣었으면 시리아가 2위, 한국이 3위로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수도 있는 숨막히는 순간 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현지 통신망이 좋지 않아 신 감독은 이란이 시리아와 이긴 것으로 알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사소한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은 더 이상 대표팀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 한국 축구가 그만큼 큰 실망을 안겼기 때문이다. 지난 달 31일 이란전 직후 터진 김영권(28ㆍ광저우)의 발언이 생각 이상의 파장을 일으킨 것도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뿌리 깊은 불신과 원망의 결과물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기록한 성적을 보면 팬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한국은 10경기에서 4승3무3패를 기록했다. 홈 4승1무, 원정 2무3패로 안방만 벗어나면 ‘종이호랑이’가 됐다. 한국은 11골을 넣고 10골을 실점했는데 6승4무, 무패로 A조 1위를 차지한 이란이나 B조의 일본(6승2무1패ㆍ17득6실), 사우디아라비아(5승4무1패ㆍ17득10실점)에 비하면 초라하다. ‘이렇게 해서 월드컵가면 뭐하나’ ‘망신만 당하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팬들에게 인사하는 손흥민. 그러나 그는 우즈벡전에서도 무득점에 그쳤다. 타슈켄트=연합뉴스
팬들에게 인사하는 손흥민. 그러나 그는 우즈벡전에서도 무득점에 그쳤다. 타슈켄트=연합뉴스

먼저 반성할 건 선수들이다.

천하의 명장이 와도 선수가 제대로 뛰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태극전사들은 자신들이 몸값, 인기에 비례한 플레이를 펼쳤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표팀 ‘에이스’라는 손흥민(25ㆍ토트넘)은 이란-우즈벡과 마지막 2연전도 무득점에 그쳤다. 최종예선 1골.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22ㆍ로스토프), 일본의 겐키 하라구치(26ㆍ헤르타 베를린)는 각각 4골씩 터뜨리며 간판 골잡이다운 활약을 보였다. 한국은 3골 이상 넣은 선수도 없다.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과 구자철(28ㆍ볼프스부르크)이 각각 2골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이천수 JTBC 축구 해설위원은 “월드컵 본선에서 나와야 할 스코어가 최종예선에서 나왔다”고 꼬집었다. 마지막 2연전은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A조에서 최하위권에 머문 중국(3-2, 0-1)과 카타르(3-2, 2-3)에 무려 8골을 허용한 수비조직력도 엉망이었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해외파-국내파의 보이지 않는 갈등 논란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갈등은 없다”며 언론이 과장, 왜곡한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대표팀 사정에 밝은 여러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면 분명히 겉도는 분위기가 있다. 국내파 선수들이 이런 아쉬움을 토로한다. 유럽 최고의 리그에서 뛴다는 선수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박지성(36ㆍ은퇴)은 최근 본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그래서 국가대표는 언제나 그에 걸 맞는 행동과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곱씹어 봐야 할 조언이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자축하는 선수들. 타슈켄트=연합뉴스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자축하는 선수들. 타슈켄트=연합뉴스

가장 큰 비판을 받아야 할 주체는 대한축구협회다.

한국 축구는 원정 월드컵 첫 16강의 위업을 달성한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단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일본대표팀을 맡았어도 월드컵에 나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비교이긴 하지만 그만큼 일본은 지도자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반면 축구협회는 남아공 월드컵 사령탑이었던 허정무(62) 감독 이후 대표팀 사령탑을 계속 ‘돌려 막기’ 했다. 감독 선임에 장기적인 철학과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 들어 부진에 빠지자 설기현(38), 차두리(37) 등 친숙한 젊은 지도자들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도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그래 놓고는 대표팀이 수렁에 빠지면 감독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물러나는 행태가 반복됐다.

한국 축구는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로 간다. 러시아 월드컵은 내년 6월 개막한다. 9개월도 남지 않았다.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가기에 부족한 기간이지만 밑바닥부터 최대한 바꾸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러시아에서는 결과와 관계없이 팬들에게 박수 받는 축구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

타슈켄트=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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