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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잡스와 찰스, 그리고 전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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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잡스와 찰스, 그리고 전인권

입력
2017.04.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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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밤 2차 대선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나는 국민의 당을 만든 창업주다. 그런 말은 '스티브 잡스가 바지사장'이라는 주장과 같다"고 했을 때 좀 뜬금없이 들렸다. 홍준표 후보가 제기한 '박지원 상왕론'을 반박하는 논리였지만, 굳이 죽은 잡스를 인용한 게 어색했다. 곧 의문이 풀렸다. 이날 낮 자신을 "스티브 잡스처럼 완벽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언급한 가수 전인권과 점심을 같이하며 지지 의사를 확인한 흥분이 남았던 게다. 캠프 내 그의 닉네임 '찰스'와 잡스가 비슷한 운율인 것도 한몫했을 법하다.

▦ 전인권은 요즘 '촛불 가객'으로 불린다. 1985년 밴드 '들국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가 대마초 흡연 등으로 나락에 떨어진 반항아였지만, 지난 겨울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에 절망한 시민들을 위로하고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서다. 그가 촛불집회 무대에 세 차례나 올라 TV드라마 '응팔'에 삽입된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와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은 지금 봐도 감동 그 자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의 양해를 얻어 시청 도서관 외벽에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는 노래 소절을 글판으로 내건 것은 이런 배경에서일 게다.

▦ 그런 그가 내달 6ㆍ7일 세종문회회관에서 이 소절을 제목으로 한 콘서트를 열기 위해 18일 언론 간담회를 가졌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음악과 삶을 얘기하던 중 화제가 정치에 이르자 "안씨들을 좋아한다"며 특히 안 후보에 대해 "그 안씨는 참 착하다"고 호감을 표시한 게 발단이다. 당장 온라인과 SNS에는 그를 '적폐 가수'로 몰아붙이는 비난이 쏟아지고 공연예매 취소도 이어졌다. 광장의 친구이자 신화였던 '촛불 가객'이 안철수 쪽으로 간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전인권은 생각과 선택을 굽히지 않았고 다음날 안 후보를 만나 지지를 공식화했다.

▦ 이 파문은 토론 때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됐으나 문 후보가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해 넘어갔다. 문 후보는 또 18대 대선 때 전인권이 자신의 유세 무대에 올라 애국가를 부른 사실을 SNS에 소개하며 "그가 누구를 지지하든, 가수로서 좋아하고 국민으로서 감사한다"고 광팬들과 선을 그었다. 기세 싸움에 낮밤을 지새우는 문-안 진영의 영입 전쟁이 달아오르자 유력 인사들의 거취에 따라 환성과 탄식이 교차한다. 그래도 '질겁하고 정떨어지는' 편 가르기는 없어야 한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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