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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청원 ‘이국종 지원’은 되고 ‘MB 출금’은 안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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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청원 ‘이국종 지원’은 되고 ‘MB 출금’은 안된 이유

입력
2017.12.1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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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도배보단 동의 얻기 중요

MB는 게시물 1000건 넘지만

동의 최다 글은 10만여명 그쳐

유명인 작성ㆍ생활밀착형 더 공감

“소수의견도 중요 제안은 수용을”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국민 누구나 의견을 내고 한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오는 17일로 시행 넉 달째를 맞는다.

지난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직접 소통의 가치를 지향하며 문을 연 국민청원은 각양각색의 논쟁적인 사회 의제가 제시되며 활발히 운영돼 왔다. 지금까지 조국 민정수석은 청소년 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등 세 가지 청원에 대해 답변을 내놨다.

이 가운데 어떠한 글들에 많은 참여가 이뤄져 정부의 답변을 듣게 되는지 살펴봤다. 이달 12일을 기준으로 청원게시판의 ‘추천순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 제목 총 2만1,922건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도배’대신 ‘동의’얻기에 화력 집중해야

가장 많은 참여가 이뤄진 제안은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권역외상센터 지원 관련 청원(27만3,210명)이다. 전체 게시물 중 이 교수의 이름이 들어간 청원만 600여건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특정 글에 집중적으로 ‘동의’를 눌러 참여인원을 늘리는 ‘화력 지원’도 잘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의 숫자는 많은데 정부 답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청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이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지시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촉구하는 청원들이다. 지난달 10일부터 등장한 관련 청원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 한달 간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게시물이 1,15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참여를 이끌어낸 글이 10만여명 참여에 그쳐 모든 게시물이 20만명 답변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유아용품 업체 ‘크림하우스프렌즈’를 조사해야 한다는 청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순 이 업체에서 만든 유아용 매트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돼 친환경인증이 취소되면서 해당 업체를 조사해야 한다는 청원이 폭증했다. 해당 업체명이 제목에 들어간 게시글만 653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청원 숫자만 많았을 뿐, 정부 답변 기준에 들만큼 ‘동의’를 얻어낸 글은 등장하지 않았다.

‘누가’ 쓰느냐도 중요하다

동일한 주제의 청원 숫자가 적더라도 유명인이 쓰거나 공감을 얻는 생활밀착형 청원은 많은 ‘동의’를 받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청원 게시판에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을 시행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비슷한 청원 11건이 미미한 참여를 얻는데 불과했지만, 이 청원은 나흘 만에 5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자신을 보육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의 ‘어린이집 평가인증의 폐단’을 지적하는 청원(8만720명), 자신을 웹툰작가라고 밝힌 청원인의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 요구’ 청원(4만9,892명) 등 익명으로 작성 가능한 청원에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며 호소하는 글들은 비슷한 청원이 없어도 주목을 받아 많은 ‘동의’를 끌어냈다.

전문가들 “‘20만 참여’ 제한 한계도… ‘침묵하는 다수’ 살펴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민과 청와대의 직접소통 채널이 생긴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참여인원 20만명’ 제한으로 인기영합적 의견 위주로 이슈가 될 수 있고, 논의 과정보다 ‘청와대가 답변했다’는 사실 자체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답변한 낙태죄 이슈에 대해서는 국민청원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할 엄중한 아젠다였지만, 청와대의 입장을 듣는 ‘행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표명 내용이 흐려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참여인원이 적더라도 ‘침묵하는 다수’가 있을 수 있고, 소수의 의견이라도 사회적 파장이나 영향력이 필요한 안건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수용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비슷한 청원이 여러 개로 분산돼도 결국 자연스럽게 하나의 청원으로 수렴되는 경우가 많다”며 “20만명이라는 공개된 기준만 청원 답변에 활용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면 꼭 20만명이 되지 않더라도 검토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김정원 신혜정 이혜미 기자

자료조사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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