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등록 : 2017.08.04 04:40

‘도깨비 폭우’에 무용지물 된 호우특보

등록 : 2017.08.04 04:40

장마양상 변해 국지성 호우 패턴

특보 예측 시간 줄며 피해 커져

기상청, 6시간 기준 추가했지만

작년 정확도 68.5%로 더 낮아져

지역ㆍ시간별로 기준 세분화해야

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시작에 앞서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리면서 경기가 취소되자 KIA 이동건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최근 종료된 장마가 짧은 시간 물폭탄을 터트리는 ‘국지성 호우’ 특성을 보이면서 기상청의 호우특보 체계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기습적이고 피해도 큰 강수 형태인데도, 위험을 미리 알려야 하는 호우특보가 비가 내린 후에야 발표되는 등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3일 기상청이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호우특보 선행시간은 올해 7월까지 84분으로 지난해(109분)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시간이 길수록 강우량을 빨리 예측해 발표했다는 뜻으로, 올해 그만큼 예측이 늦었다는 의미이다. 호우특보 선행시간은 2014년 108분, 2015년 93분이었다.

기상법에 따르면 기상특보란 ‘기상현상으로 중대한 재해가 발생될 것이 예상될 때 주의를 환기하거나 경고를 하는 예보’를 말한다. 하지만 비가 내리기 몇 시간 전에 특보를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특보 발표 시간과 실제 비가 내리는 시간 사이는 들쭉날쭉하고 비보다 특보가 늦은 경우도 많다.

충북 청주에 290.2㎜, 천안에 232.7㎜의 폭우가 내려 관측 이래 해당 지역의 하루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지난달 16일, 기상청은 당일 새벽까지도 약 30~80㎜의 비를 예보했다가 물난리가 난 후에야 부랴부랴 호우경보를 내렸다. 같은 달 10일에도 기상청이 호우주의보를 해제한 후 수도권에 갑자기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국지성 호우의 특성 때문에 특보를 미리 발표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대기불안정이 잦아지면서 갑작스레 만들어진 비구름이 순식간에 비를 뿌리는 형태라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 당 30㎜ 이상의 강한 비를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강우 패턴으로 자리잡은 만큼, 예측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호우특보의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상청은 현재 6시간 강우량 70㎜ 이상 혹은 12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 예상될 때 호우주의보를, 6시간 강우량 110㎜이상 혹은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되는 경우에 호우경보를 내린다.

기상청은 국지성 강우가 많아지자 2011년 7월 12시간 기준에 6시간 기준을 추가했다. 그러나 호우특보의 정확도는 2009년 72.2%에서 2014년 69.7%, 2016년 68.5%로 낮아져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인 시(市)ㆍ정(町)ㆍ촌(村) 별로 호우주의보와 경보를 1시간과 3시간 단위로 발표한다. 토양 중의 수분량을 나타내는 ‘토양우량지수’를 도입, 비로 인한 토사재해의 발생 가능성까지 예보한다. 캐나다는 세 지역으로 나눠 호우특보 강우량을 다르게 적용하고, 영국은 호우특보를 주의보ㆍ경보ㆍ심각한 경보ㆍ해제 총 4단계로 구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호우특보의 기준을 지역ㆍ시간별로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올해 장마는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강수량 차이가 평년보다 14배 컸고, 제주에 내린 장맛비는 4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최근의 장맛비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장마의 정의와 함께 과거 장맛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호우특보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특히 지역별 상세한 예측 모델 개발을 통해 정확도를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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