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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우리가 기대하는 서초 특수학교 주민설명회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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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우리가 기대하는 서초 특수학교 주민설명회 모습은

입력
2017.10.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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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 열린 강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 간 말다툼이 이어져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신지후 기자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 열린 강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 간 말다툼이 이어져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신지후 기자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가 국민의 마음을 강하게 울리며 특수학교의 필요성에 어느 때보다 공감이 커진 요즘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강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토론회 당시(5일)를 “장애인 특수교육에서 전환적인 날이자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한 차례 폭풍이 지나니 서진학교와 거의 같은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한 특수학교를 또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서초구 언남초 이적지에 자리잡게 될 ‘나래학교’ 인데요. 계획대로 2019년 3월 개교한다면 1만162㎡ 부지에 136명(22학급)의 지체장애학생들이 오가며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설계공모업체선정이 끝나고 올해 안에 설계를 완료해 2019년 2월 건축공사를 완료하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목표입니다.

나래학교 역시 지난 6월 주민설명회가 한 차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서진학교처럼 주민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인근 내곡동에 다니엘학교라는 특수학교가 있어 특수학교 지역균형 설립 원칙에 맞지 않고, 염곡동이 낙후해 특수학교보다 지역발전 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언남초와 주민센터가 내곡동 쪽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염곡동 주민들의 박탈감이 상당하다고 전해집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달 중 다시 한번 나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서진학교 주민 토론회를 거치며 겪고 느끼게 된 점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 나래학교의 주민 설명회에 투영해 성공적인 설명회를 상상해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자폐성 2급 장애 딸을 둔 손모(45)씨는 “우선 나래학교 인근 주민들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이 장애 학생들의 열악한 여건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설명회에 임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습니다. 실제 교육부 통계를 보면 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올해 8만7,950명으로 5년 전보다 2,938명이 증가했습니다. 유ㆍ초ㆍ중ㆍ고 학생이 같은 기간 782만3,000명에서 올해 656만9,000명으로 135만4,000명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더 와닿겠지요. 하지만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학교는 국ㆍ공ㆍ사립을 합쳐 전국에 173개교 뿐입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2만5,798명(29%) 만이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는데, 이들 중 통학 시간만 편도 1시간 이상 걸리는 장애 학생은 2,362명이나 됩니다.

서울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어렵습니다. 병원이나 재활시설이 많아 장애 학생들이 많이 몰리지만, 서울 지역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만2,804명인 데 비해 30개 특수학교 정원은 4,300명 남짓입니다. 학생이 200명 넘는 과포화 학교도 8곳이나 됩니다. 심지어 중랑구, 동대문구, 성동구,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 양천구, 금천구 등 8개 자치구에는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습니다. 이들 자치구에 살고 있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2,837명이나 되는데도 말이죠. 4명 중 1명 가량(25.8%)은 다른 자치구 특수학교로 원거리 통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진학교 특수학교 갈등을 지켜 봐 온 강서 주민의 조언은 어떤 걸까요. 가양구 주민 박모(32)씨는 “서초 지역에선 소모적 갈등을 피하기 위한 양측간 배려를 우선으로 하는 주민설명회가 이어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서진학교 2차 토론회 이후 강서 지역구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조희연 교육감 사이 공방전만 보아도 이번 사안의 본질과 얼마나 동떨어진 갈등을 반복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국립한방병원 논쟁, 마곡 대체부지 논쟁, ‘끝장토론’ 제안까지…사안을 풀어가는 데 필요한 과정이긴 했지만, 이 같은 공방 대신 특수학교의 필요성을 논하는 데 집중했다면 어땠을까요.

무엇보다 설명회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설득만이 아닌, 나래학교 인근 주민의 목소리도 명확히 담아내는 ‘상생 정책’ 마련 논의가 필요하겠지요. 언남초 이적지 부근 주민은 150가구 정도로 대단지 아파트가 다수 들어선 강서와 규모 면에서 꽤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주력하고 있는 주민편의시설 병행 설치뿐만 아니라, 주민의 바람을 듣고 이를 적절히 특수교육 정책에 반영하는 투명한 소통 기구 마련이 설명회 현장에서 분명히 논의되길 바라봅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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