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아름 기자

등록 : 2017.05.20 04:40
수정 : 2017.06.30 17:58

[아하!생태!]쪼그라든 생명의 땅… 습지를 이동성 물새에게 돌려주세요

등록 : 2017.05.20 04:40
수정 : 2017.06.30 17:58

북극에서 번식을 하고

호주에서 월동을 하는

도요물떼새에 금강 하구는

에너지 보충을 위한 중간 서식지

경제개발ㆍ인구 증가로

지난 50년 습지 60% 사라져

람사르협약 가입한 지 20년

이젠 서식지 보호정책 세워야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2001)을 떠올려보겠습니다. 깊은 숲 진흙으로 덮인 늪지대(습지)에서 못생긴 초록 괴물 슈렉이 진흙목욕을 하며 흥얼거리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영화에서 슈렉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자신만의 보금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평화로운 한때를 즐깁니다. 늪지대에서 살고 있는 ‘오거(괴물)’ 이지만 슈렉이 살고 있는 늪지대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공간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슈렉의 흥겨움이 전해질 뿐이죠.

어린이 만화에서 생동감 넘치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늪지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생소하지만 호기심과 친근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과거 매체에서는 주로 습지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더러운 이미지로 표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식처 보전에 대한 국민 소양이 증대되면서 습지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달라졌습니다. 어린이 영화에서도 습지의 다양한 생물을 주제로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현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천 금강하구 연안습지(갯벌)의 전경. 국립생태원 제공

쓸모 없는 땅에서 힐링의 공간으로

한국에서 습지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농경지로 개간해서 사용하는 쓸모 없는 땅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웰빙 열풍이 불면서 도심을 벗어나 힐링을 할 수 있는 좋은 휴식공간으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습지가 자연에 대한 갈증 해소와 도심으로부터의 일탈을 위한 색다른 생태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겁니다. 환경부에서는 생태관광지를 지정해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창녕 우포늪’, ‘서천 금강하구 및 유부도’ ‘고창 운곡습지’ ‘순천 순천만’ ‘울진 왕피천’ ‘강릉 가시연습지와 경포호’ 등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지역 상당수는 습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습지는 시민들의 마음을 쾌적하게 하고 치열하고 복잡한 도심지로부터 일탈을 느끼게 해주는 휴식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홍수조절, 기후조절, 수질정화와 같이 기능적으로도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로도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1999년 ‘습지보전법’이 만들어지면서 국가적 차원의 습지의 관리와 연구 및 보전이 시작됩니다. 습지는 물 환경에 따라 그 유형이 다양하고, 생태계 물 순환의 핵심적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역동적인 서식 공간입니다. 담수습지에는 전 세계 생물 종의 40% 이상, 포유류의 12% 이상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동성 물새에게 연안습지는 섭식지, 휴식지, 산란지로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의 간섭과 자연훼손으로 인한 연안습지의 감소는 이동성 물새에게 삶의 기반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습지를 휴양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은 인간과 같은 공간을 서식처로 이용하고 있는 생물과의 공존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도요물떼새 삶의 터전을 수호하라

본격적으로 습지를 삶의 터전으로 삶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봄과 가을이 되면 금강하구에는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들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잠시 머물기 위해 모여 듭니다. 도요물떼새류의 많은 종들은 주로 북반구 고위도 습지에서 번식한 뒤 남반구로 장거리 이동을 합니다. 북반구 습지는 봄과 여름이 짧지만 잘 보전된 습지가 넓게 분포하고 많은 양의 먹이가 있어 도요물떼새의 번식지로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반구 습지의 여름이 끝나면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나라로 이동을 합니다. 남반구의 호주와 같은 남쪽나라로 이동하여 비번식기를 보냅니다. 도요물떼새에게는 북반구에서 남반구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는 중간기착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금강하구는 도요물떼새의 중간기착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금강하구 유부도에 도래한 마도요와 검은머리물떼새가 비상하는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이런 금강하구를 비롯해서 한국과 중국을 아우르는 황해지역은 북극에서 번식을 하고 호주에서 월동을 하는 이동성 물새들이 에너지를 보충하는 꼭 필요한 중요한 중간기착지입니다. 하지만 황해지역의 에너지 보충 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지역들은 급속한 인구 증가와 경제 개발로 인해 그 규모가 축소되거나 혹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조간대 서식지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연안습지가 중국 51%, 일본 40%, 한국 60%, 싱가포르 70% 이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철새 이동경로 상의 조간대(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가 사라지면 이동 중인 철새들의 중간기착지가 사라져 도요물떼새의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할수 있다고 IUCN은 전망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라면 두개 반의 에너지

얼마 전 호주 퀸즈랜드대 생물과학대학 리차드 풀러 교수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황해의 갯벌파괴로 인해 호주의 도요물떼새들이 위협에 처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풀러 교수가 참여한 연구 중 지난 4월 국외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동성 도요물떼새의 개체수가 감소하는 주요 원인이 중국과 한국의 황해 갯벌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함께 참여한 스터즈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황해 갯벌에 의존하면 할수록 도요물떼새 개체수 감소의 속도는 더욱 더 빨라질 것입니다.”

이 연구 참여자들이 1993년부터 2012년까지 10종의 도요물떼새들을 모니터링한 결과 도요물떼새가 일년 중 한 두 달만을 황해 갯벌에서 머물지만 이것이 도요물때새 개체수 동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국립생태원이 조사한 ‘기수생태계 내 국제적 멸종위기 이동성 물새 서식지 관리 연구’도 심각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세계에서 가장 장거리 비행을 하는 도요물떼새 중 하나인 큰뒷부리도요 수컷의 경우 번식지까지 이동하는데 드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은 약 1,300 칼로리(㎈)입니다. 이는 라면(500㎈) 2개 반정도의 양에 해당합니다.

라면 2개 반의 에너지를 섭취하지 못해 길고 긴 여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안타까운 환경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과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금강하구 서식지 보전 방안을 수립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황해지역 갯벌과 도요물떼새 개체수 증가 방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요물떼새들 무리와 함께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숨 쉬고 싶은 물새들을 위하여

우리나라가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보전을 위해 만든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 on Wetlands)에 가입한지도 2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2008년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우리나라 경남 창원에서 개최한 이후 한국에서도 습지에 관한 많은 관심과 보전 활동이 확대돼 오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습지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 이동성 물새 서식지의 지속 가능한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년 번식지로부터 월동지역까지 약 2만5,000㎞를 이동하는 이동성 도요물떼새들에게 황해지역 연안습지는 생존이 달려있는 ‘생명의 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기후변화와 인위적인 개발에 따른 주요 습지생태계 내 야생생물 서식지 감소는 생물다양성 감소뿐만 아니라, 생물종 멸종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보호지역 내 주요 서식지 유지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제안 및 의사결정을 위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발에 밀려 좁아진 서식지 환경의 평가를 통해 서식지 환경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관리정책을 수립한다면 황해지역 습지가 이동성 도요물떼새들에게는 최고의 안식처가 되어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성룡 국립생태원 국제협력팀장

봄철에 번식지로 북상하던 중 금강하구 유부도에 도래한 IUCN 멸종위기종 붉은어깨도요.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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