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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 리더] 모든 틀을 깨부숴라… 페이스북, 온ㆍ오프 경계도 허문다

입력
2017.05.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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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한국일보 자료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한국일보 자료사진

“페이스북이 세계 최초의 증강현실(AR)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겠다.”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8일 미국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회의(F8)에서 ‘AR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AR 기능을 탑재한 안경과 콘택트렌즈가 TV같은 디지털 기기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AR 서비스가 물리적 한계에 갇혀 있던 세계를 더욱 다채롭게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얘기였다. 저커버그는 “아무 것도 없는 담벼락을 AR 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만 하면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나타나고, 관광지에선 방문객들이 남겨 놓은 가상 메시지도 볼 수 있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연결하겠다”고 자신했다. 한때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보다 열려있고 서로 연결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적었던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에서 전세계인들을 연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AR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까지 허무는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2004년 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은 올해 글로벌 SNS 기업 중 처음으로 월간 이용자수(MAU) 2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올해 1분기(1~3월) 월간 이용자수는 19억4,000만명으로 전년동기(16억5,400만명) 대비 17% 이상 급증했다. 전세계 인구(약 75억명) 중 4분의 1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이달 3일 발표된 페이스북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기업 실적으로만 따지자면 페이스북은 현재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영향력 과 재력, 활동분야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74인을 선정해 발표했을 때 저커버그가 10위에 이름을 올린 이유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좀 더 열린 사회, 좀 더 연결된 세상을 만들려는 사회적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세워졌다.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 저커버그는 현재 SNS를 넘는 새로운 미래 소통의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그는 가상현실(VR) 기술은 물론 최근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의사 소통하는 기술과 인간의 피부로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향후 10~15년 동안은 AR과 VR 기술이 컴퓨터 플랫폼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개발은 이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인맥의 가치와 페이스북

저커버그는 1984년 미국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저커버그를 사로잡은 건 컴퓨터였다. 치과의사였던 아버지 에드워드는 1985년에 ‘아타리 800’ 초기 모델 컴퓨터를 미국 개인 치과병원 중에선 최초로 구비할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높았다.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뤘던 저커버그는 10세 무렵 처음으로 486DX 컴퓨터를 선물 받은 뒤 프로그램 언어인 ‘C++’ 공부를 시작했다. 컴퓨터를 다루는 그의 재능은 남달랐다. 12세 때 아버지에게 1층 진료실에 환자가 온 사실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저크넷’을 개발했다. 미국 최고 명문 사립고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들어간 뒤에는 졸업 과제물로 MP3 플레이어 소프트웨어인 ‘시냅스’를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탄생시킨 저커버그의 가장 큰 요람은 인문학이었다. 그가 2002년 하버드대에 입학해 컴퓨터공학과 함께 전공으로 택한 학문은 심리학이었는데, 그는 미국 잡지 ‘뉴요커’와 인터뷰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갖는 것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입학원서에 영어 외에 읽고 쓸 줄 아는 언어로 프랑스어와 히브리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를 적어 넣을 정도로 언어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뉴요커는 “페이스북이 인간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데에는 저커버그의 이런 인문학적인 관심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설립된 건 저커버그가 인맥의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커버그는 2003년 10월 친구들과 페이스북의 전시인 페이스매시(facemash) 사이트를 하버드대 내에 개설했다. 여학생들 사진을 올려놓고 누가 더 매력적인지 투표하도록 만든 사이트였는데 수시간 만에 사이트 방문횟수가 2만2,000건으로 치솟을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매시가 열렬한 호응을 얻은 이유에 주목했다. 당시 미국에는 사진을 올리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이 이미 많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매시가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사진의 여학생들이 같은 학교인 하버드대 학생들로 익숙한 관계에 의한 연결망 형성을 이뤄냈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는 페이스북이 실명과 나이, 얼굴 공개를 원칙으로 삼는 계기가 됐다. 저커버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나는 인맥을 쌓는 것이 돈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자원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페이스매시가 페이스북을 만드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정신 ‘해커톤’

페이스북을 정상으로 이끈 저커버그의 경영 리더십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페이스북에서 열리는 일명 ‘해커톤’이라는 토론의 장이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다. 누군가 기존의 사고나 체계를 깨뜨리는 해커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페이스북의 개발자와 운영자, 디자이너 등이 한 곳에 모여 장시간 마라톤 회의를 한데서 유래했다. 회의는 형식과 장소의 규제가 없다. 파티처럼 피자와 콜라를 먹으면서 자유롭게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얘기하고, 저커버그는 이를 주의 깊게 경청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의 조직문화인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해 직원들의 상상을 가로막는 벽을 최대한 없앤다는 점에서 해커톤은 페이스북 성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며 “페이스북의 다양한 실험과 무모할 정도의 도전, 끝없는 상상력 등이 모두 해커톤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창업 초기 부정기적으로 열었던 해커톤 회의는 2007년에 페이스북의 개발자 회의(F8)로 공식 자리잡았다. 한번 시작하면 무려 8시간씩이나 지속되던 해커톤 회의 때문에 F8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F8은 페이스북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페이스북의 중요 발표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열렸다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연이어 개최됐다. 2007년 5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열린 F8에서 저커버그는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외부 개발자들에게 공개하고 페이스북을 오픈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페이스북이 API를 공개하면서 누구나 페이스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페이스북은 이를 다시 자신들의 다양한 서비스로 만드는 선순환을 추구하면서 페이스북의 성장에 날개를 달게 됐다”고 지적했다.

2008년 7월 열린 F8 회의에선 페이스북 성공의 1등 공신인 ‘페이스북 커넥트’가 발표됐다. 페이스북 프로필 정보로 외부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지금은 흔히 쓰는 로그인 방식이다. 별도의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도 수많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트위터 등 다른 사이트에서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글을 쓰면 해당 사이트와 페이스북 모두에 글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모두와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저커버그의 신념이 구체화된 순간이었다.

페이스북은 2012년 5월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에 상장됐을 때 기업공개규모 184억 달러, 기업가치 1,04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기업규모로 보면 미국 역사상 제너럴모터스(GM), 비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였고, 기업가치로 따지자면 맥도날드나 시티그룹 등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수익 다변화 나선 페이스북

저커버그는 지난해 4월 열린 f8 회의에서 페이스북의 미래에 대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향후 3년, 5년 그리고 10년에 걸친 계획이다. 3년 계획은 기존의 페이스북 서비스를 강화하고, 5년 계획은 메신저, 비디오, 검색, 그룹, 인스타그램 등의 입지를 굳히며, 향후 10년에 걸쳐서는 인공지능(AI), VR 및 AR 등을 개발할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현재 페이스북의 주수입원인 광고 매출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페이스북의 올해 1분기 매출이익 80억3,000만 달러 중 광고료가 78억6,000만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체 광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모바일 광고 비중은 85%에 달한다. 데이비드 웨너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사이트 한 페이지에 게재할 수 있는 광고 수가 한계에 달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는 수익원 다변화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은 우선 5년 계획의 일환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아마존처럼 자체 제작 드라마 및 쇼를 만들기로 했다. 모바일 TV를 시청하고 있는 10~20대 밀레니얼 세대를 잡고 온라인을 넘어 TV용으로 제작된 브랜드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이후 20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뉴스피드를 통해 방송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또한 메이저리그야구(MLB)와 접촉하며 스포츠 중계 콘텐츠 확보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광고주는 마케팅 예산의 대부분을 여전히 TV광고에 소비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TV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이에 대한 광고 수익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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