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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마트폰 시대의 언어 소통에 대하여

입력
2017.07.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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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어투로 말하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고, 의도가 다르게 해석된다. 친구에게 저녁에 잠깐 놀러 가도 되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알았어.” 혹은 “알았어…”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하자. 이 메시지를 받으면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상대방이 자신이 오는 것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걱정하게 되지는 않을까? “알았어” 라고 말하면서 ‘^^’ 하나만 붙여 주면 이러한 오해가 싹 사라질 텐데 말이다.

‘퓨스(Pews)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유율이 세계 1위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16세에서 24세에 속한 그룹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0%에 달한다고 한다. 보유율이 높은 만큼 스마트폰을 통한 대화에 한국인들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언어학자로서 나는 스마트폰에서의 언어 사용에 관심이 많다. 혹자는 스마트폰속의 언어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 맞춤법을 비롯한 언어규범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통한 언어사용에서 자유로운 언어형태가 관찰되는 것은 비단 우리말에서만은 아니다. 언어마다 독특한 이모지, 이모티콘, 스티커 문화가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어에서 공유되는 ‘기호소(semiotic primitive)’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자유로움’을 무질서 상황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언어의 무한한 창의, 창조성(creativity)의 표현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는 전보를 보내는 것 같은 문자를 주고 받았다면, 요즘 스마트폰을 통해서 우리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주고 받을 뿐 아니라, 실시간 보이스 메시지를 문자를 보내듯이 주고 받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의사 소통 방식은 스마트폰 전세대와 후세대를 이야기해야 할 만큼 판이하게 다르며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이 세대에 속한 연령대 역시 계속해서 낮아 지고 있다. 이들의 언어는 스마트폰 밖의 언어와 다를 뿐 아니라, 다른 연령대의 스마트폰 언어 사용과도 많이 다르다. 어찌 보면 스마트폰은 우리의 언어 사용에 혁명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언어는 사회적인 규범인데, 한 편으로는 이 규범이 우리의 언어 사용을 억압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도래는 개개인이 이 억압의 상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며,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우리는 글과 말의 특정 형태로 표현된 언어에 익숙하지만,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는 우리의 신세대들에게는 스마트폰에서의 ‘순간 메시징(Instant Messaging)’이 자신들을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이게 표현할 수 있는 의사 소통의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언어학자 마이클 할리데이(Michael Halliday)는 언어 사용의 적합성은 상황과 문맥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절대적으로 상황에 상관 없이 항상 옳은 문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스마트폰 속의 언어를 문어적인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세대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언어를 변형된 언어 행위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종다양한 스마트폰 언어의 도구들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사용하면 문자 언어 생활에서 종종 발생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며, 필요이상의 규범과 장벽으로 인해 세대 간 막혀진 소통을 원활하게 함과 동시에 우리 모두 건강하며 풍요롭고 즐거운 언어 생활을 향유할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

지은 케어 옥스퍼드대 한국학ㆍ언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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