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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수어(2)

입력
2017.09.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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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수어나 농인에 대하여 잘못 알려져 있는 사항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장 큰 오해라 할 수 있는 것은 수어가 손이나 손가락의 모양과 동작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의 ‘수화 언어’ 항에도 나와 있듯이 수어는 구사하면서 짓는 표정에 따라서도 그 의미가 달라진다. 농인들의 수어를 보신 분들은 미간이나 입 모양을 변화시키면서 대화하는 장면이 기억나실 것이다. 몸동작 또한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표정과 몸동작이 자연언어의 서법(평서, 의문 등), 부사, 억양 등이 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어가 음성 언어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수어는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 요소가 없이 명사, 동사, 형용사와 같은 주요 품사에 해당되는 표현의 나열이기 때문에 어순을 비롯한 문법이 음성 언어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어디에서 만날까요?’라는 문장을 수어로 표현하자면 ‘만나다’, ‘곳’, ‘어느’라는 단어 표현을 의문문에 합당한 얼굴 표정과 함께 잇달아 구사해야 한다.

위와 같은 오해와 더불어 농인들이 대개 시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생긴 듯한 것도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인들이 문자 언어 즉 한글로 적은 문장이나 표현들을 별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의 문자 언어는 음성 언어를 한글로써 시각화한 것이기 때문에 음성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자 언어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별도의 문법 체계로 되어 있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은 자세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말의 문자 언어를 마치 외국어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수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여 온 별도의 언어인 것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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