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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NLL과 김일성 외삼촌

입력
2016.07.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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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1996년 4월 실시된 15대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에 참패했다. 수도권에서 예상보다 30석 이상을 더 잃은 게 결정적이었다. 야권 분열 탓도 있었지만 투표 1주일 전 북한군 1개 중대의 판문점 무력시위에 따른‘북풍’의 영향이 컸다. 약이 오른 새정치국민회의는 15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자마자 군 출신 초선인 천용택 의원을 내세워 국방부의 북풍 과장을 추궁하며 선거 며칠 후 북한 경비정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침범은 왜 축소하느냐고 따졌다.

▦ 답변에 나선 이양호 국방부장관이 “NLL은 우리가 어선 보호를 위해 그어놓은 선으로 (북측이)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야당은 “국방장관의 NLL포기 발언은 중대 사태”라며 국방장관 해임과 정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 장관 발언 옹호에 급급했고, 한 유력 보수신문도 이 장관의 답변이 옳다고 보도했다. 요즘 NLL에 대한 여야, 진보_보수 입장과는 정반대다. 어쨌든 이 논란을 계기로 ‘NLL 고수’라는 개념이 정착됐고,‘평화의 바다’였던 서해 NLL수역이 ‘분쟁의 바다’로 바뀌는 비극의 초대장이 되었다(김종대 <서해전쟁>).

▦ 국가보훈처가 2012년 김일성 외삼촌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한 것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도 양상이 비슷하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이를 거론하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게 “김일성의 아버지, 어머니에게도 훈장을 줄 거냐”고 따져 물었다. 박 처장은 “서훈에 연좌제가 적용될 수 없다”며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보수 꼴통’이라는 박 처장이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해 매우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진보진영은 이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기이하다.

▦ 보훈처가 하루 만에 서훈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꿔 박 처장의 ‘진보’는 1일천하로 끝났다. 나아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의 서훈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기 위한 상훈법 개정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박 처장의 처신도 문제지만, 진보진영의 자충수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야권은 번번이 어깃장을 놓으며 약을 올리는 박 처장이 밉겠지만, 이렇게 대응할 일은 아니었다. 장차 남북 통합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자산을 훼손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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