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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일터에서 왜, 예뻐야 하나요? '외모 코르셋'에 시달리는 전문직 여성들

입력
2018.07.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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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필수지” “여자가 안경을 왜 껴?” 한국사회에서 여성에게 외모는 ‘또 하나의 능력’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심지어는 업무 능력과 전혀 상관없는 머리 모양과 손톱 모양, 치아의 색까지 세세하게 평가당하곤 하는데요. 노동 시간 내내 외모 감시를 당하는 이들의 현실을 한국일보가 살펴봤습니다.

제작 박지윤 기자












'생기 있는 메이크업으로 나를 단장할 것'‘근무 시간 중 최소 한 번은 화사하게 수정메이크업할 것'지난해 한 대학병원은 ‘의료인 용모 매뉴얼’을 내부 검토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유독 여성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도마에 올랐는데요. 

남성의 용모복장 기준은 위생상태를 점검하는 수준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면도는 매일, 깔끔한 복장, 코털은 항시 체크' 여의사들이 펄쩍 뛴 것은 당연지사였죠.

병원 측이 “애초에 적용 계획이 없었다”고 거듭 해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 사테는 여성들은 일터에서 전문성 말고도 또 하나의 덕목을 요구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얼굴에 화사함 정도는 갖추고 나오는 예의’

서비스직 및 판매직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엄격한 잣대가 필수가 된 지 오래입니다.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노동자의 화장법, 머리 모양, 복장, 손톱, 액세서리류 등을 세밀하고 집요하게 규정하는 것을 당연시하죠. 

실제로 여성에게만 안경 착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립스틱 검사 등 용모 기준을 적용한 사업장은 수두룩합니다. 레스토랑, 영화관, 심지어는 피시방까지... 호텔 등 고급서비스를 표방한다는 공간이라면 외모를 업무에 꼭 필요한 필수 기술이나 능력처럼 여기지요.

외모 코르셋에 고통받는 대표적인 직종은 다름 아닌 승무원. “승객 불편사항에 ‘승무원이 못생겼다’거나 ‘아무개가 뚱뚱해서 나를 치고 가더라’고 적기도 합니다. 

승객들은 서비스의 질에 대해 논할 때도 주로 ‘어느 항공사가 제일 예쁘더라’는 데만 관심을 갖기 일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료들을 봐도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너 살 빠졌네’, ‘나 부은 것 같아’ 등”입니다. 

“평소 조금이라도 식사를 많이 하고 나면 유니폼이 안 맞을까 바로 후회해요”“국내 항공사 여성승무원의 유니폼은  모델 워킹, 즉 쇼를 위한 쇼복에 가깝죠”

물론 작은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이 올해 4월 말부터 안경 착용과 네일아트를 허용한 것입니다. 건조한 기내, 야간 비행 탓에 눈이 피로했던 승무원들은 한숨을 놓게 됐습니다. 

사실 고객의 기대에 부응한다는데 기업만 가지고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내가 쓰는 돈이 얼만데, 고객 응대는 화사하게 단장한 미인이 해야지’ 이런 생각들이 여성들의 일터를 숨막히는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원문 김혜영 기자 

제작 박지윤 기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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