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거래 제3국 기업도 제재
대중 압박 가능한 근거 마련해
특정 광물 판매ㆍ공급ㆍ이전 차단
달러 대신 金결제 관행도 봉쇄
10일 미국 상원이 만장일치(찬성 96ㆍ반대 0)로 통과시킨 대북 제재법안(H.R.757)은 처리 과정이나 내용 측면 모두에서 북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 조야의 심각한 상황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상황에 따라서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의회가 직접 대중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법안의 제재 수준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하원에서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 주도로 만들어진 대북 제재법안을 더 강화시켰다. 에드 로이스 법안은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할 달러 획득이 어렵도록 자금줄을 차단하는 게 핵심인데, 상원은 특정 광물의 판매ㆍ공급ㆍ이전 차단까지 포함시켰다.
이는 달러화 대신 금(金)을 통해 국제사회 금수 조치를 우회하는 북한의 시도를 봉쇄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1만 파운드(1,700만원) 상당의 금을 소지한 북한 외교관이, 이스라엘에서는 북한에 금을 수출한 기업이 적발되는 등 김정은 정권이 금을 대체 결제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재 범위도 북한과 불법으로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 등으로 확대됐다. 문구로만 따지면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장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對) 이란 제재처럼 포괄적이고 강제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조항 대신 제재 여부를 행정부 판단에 맡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후변화, 대 테러대응 등 글로벌 전략에서 중국 협조가 필요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핵 문제 때문에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 도발이 계속되는데도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전 인내’를 핑계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의회가 직접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에서는 신속한 법안 처리에도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달 하원에서 올라온 법안이 추가 심의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표결에 부쳐져 만장일치 처리됐기 때문이다. 워싱턴 관계자는 “연간 미 의회에 상정되는 법안이 8,000건이 넘고, 상ㆍ하원 최종 합의로 통과되는 법안은 300건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 발의에서 통과까지 평균 4개월 이상 소요되는 걸 감안하면, 미국 의회의 결의를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표결 직전 토론과정에서도 상원의원들은 초당적으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장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면서 우리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밥 코커 외교위원장도 “북한은 10~20여 기의 핵폭발장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물학 및 화학무기는 물론이고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미국과 아태지역 핵심 동맹국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대북 제재법안이 실제 발효되려면 하원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에드 로이스’ 법안 골격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하원 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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