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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면 건강학

입력
2017.02.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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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성 기후의 그리스는 살기 쾌적한 꿈의 거주지다. 주민들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쾌활하고 낙천적이다. 잠을 숭배하고 오후 2~4시엔 낮잠도 즐긴다. 허핑턴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67)은 아테네 태생이다. 그의 어머니는 잠이 건강과 행복의 원천이라고 가르쳤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부터 잠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 수백 통의 이메일을 쓰고 몽유병환자처럼 미국 전역을 누볐다. 그러다 2007년 수면 부족으로 쓰러져 광대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 수면전도사가 됐다.

▦ 나폴레옹은 늘 하루 4시간만 잤다고 한다. 그는 잠을 얼마나 자는 게 좋으냐는 질문에 “남자는 6시간, 여자는 7시간, 바보는 8시간”이라고 답했다. 잠은 오랜 기간 성공의 적이었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에겐 ‘게으름’ ‘사치’ 등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러나 수면 부족은 뇌 활동과 면역체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허핑턴은 “하루 네댓 시간 자고도 완벽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우리는 수면 부족이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집단환상에 빠져 살아왔다”고 말한다.

▦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해가 지면 잠을 자고 동이 트면 일어나는 종다리형 수면 패턴을 유지해 왔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으로 변했다.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현대인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수면 장애로 고통받는다. 수면 부족은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교통사고 등 안전까지 위협한다. 구글이 하루 근무시간의 20%를 낮잠용으로 지정하고 수면방을 설치한 배경이다. 미국 3대 생명보험사 애트나는 하루 7시간 넘게 잠을 잔 직원에게 상금도 준다.

▦ 강북삼성병원이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근로자 20만명을 분석해 하루 7시간 정도 자야 우울, 불안, 자살 등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성인 권장 수면시간은 7~9시간. OECD가 조사한 한국 직장인 평균 수면시간은 6.1시간으로 회원국 중 꼴찌다. 고교 3년생의 주중 수면시간은 불과 5.4시간. 자신감과 의욕을 떨어뜨려 학습 능력을 방해하는 수준이다. 한국인은 하루 24시간을 25시간처럼 지낸다. 세계에서 가장 적게 자고 가장 오랜 시간 일을 한다. 그런데 생산성은 형편 없다. 수면 부족은 산업화의 망령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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