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테러ㆍ올랜도 총기 난사 등
비슷한 양상에도 당국 대책 없어
조직적 활동 없이 개인 행동뿐
사전에 인지할 현실적 방안 전무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무장 테러조직과 직접 연계되지 않은 ‘외로운 늑대’의 돌발 테러에 미국 대테러 수사당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발생한 미국 뉴욕ㆍ뉴저지 테러를 비롯해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 난사 등 외로운 늑대의 테러가 잇따르는데도 관계 당국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뉴욕 ‘압력솥 폭탄’ 사건의 용의자 아흐마드 칸 라하미(28)는 중동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이슬람극단주의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 스스로 ‘외로운 늑대’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하미는 범행 이틀 후인 19일 오전 11시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체포될 당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형제’로 지칭하는 내용의 메모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폭파 직전에는 “인샬라(신의 뜻에 따라), 길거리엔 폭탄이 터지고 경찰에 총격을, 탄압에 죽음을”이라고 맹세하기도 했다. 특히 라하미가 아버지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신고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라하미의 부친 모하마드 라하미는 “2년 전 아들이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른다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당시에는 경찰이 ‘깨끗하다’고 했으면서 이제와 테러범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FBI는 “당시에는 테러와의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외로운 늑대란, 외부 테러단체와 직접 연계하지 않고도 스스로 이슬람극단주의에 심취해 테러를 벌이는 개인을 일컫는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 부부의 총기 난사로 14명이 숨졌고, 올해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 게이클럽에서는 “IS에 충성맹세를 했다”고 밝힌 오마르 마틴이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50명이 숨졌다. 프랑스 니스에서는 역시 IS로부터 사주를 받은 트럭 테러 공격으로 8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대테러 당국은 여전히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대테러 수사당국이 ‘외로운 늑대’인지 아닌지를 사전에 알아챌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테러 방지 방안을 요구하는 주장은 제기되지만, 무차별적으로 개인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할 경우, 사생활 침해 논란은 물론이거니와 테러 방지 효율성도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사건 용의자 라하미도 평소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치킨집 종업원으로 일했고 친구들과 함께 길거리 랩 공연을 즐겼는데, 이런 평범한 미국 생활을 하는 청년을 무턱대고 테러 용의 선상에 올려놓기는 어렵다.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데다 테러 감행 일시와 수법 등이 모두 개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사전에 테러 징후를 전혀 예상할 수도 없다. 특히 테러 장소가 국가안보시설 같은 중무장한 곳이 아닌, 주말이나 휴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노리는 ‘소프트 타깃 테러’를 사전에 막기란 쉽지 않다. 라하미는 주말인 17일 범행을 저질렀고 폭탄 재료 중 일부는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발달이 ‘외로운 늑대’의 확산을 돕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시간ㆍ장소 제약 없이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생적 테러에 대해 “특효약이 없는 암과 같다”고 털어놨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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