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모두 삼성서울병원서 감염
70대 병원 3곳 전전 수백명 격리 조치
50대는 나흘간 최소 369명 접촉 드러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도 제기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서울, 전북 김제 등에서 뒤늦게 확인됨에 따라 제3, 4의 유행 진원지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차 유행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감염자로 확진된 17명 중 50대 환자는 김제에서 지역 내 병원 네 곳을 돌아다니는 등 접촉자만 최소 369명에 달해 지역 내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70대 여성환자는 27,28일 이틀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르고 3개 의료기관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메르스 감염 의심 숨길 경우 속수무책
8일 신규감염이 확인된 23명은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하루 최대 기록이다. 이에 따라 확진환자는 총 87명이 됐다. 여기에 보건당국 방역망을 뚫은 관리대상도 속속 확인돼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북 김제에서는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A(59)씨가 최초 고열 증상을 호소한 지난 3일부터 격리된 7일까지 최소 사흘간 무방비로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며 가족ㆍ의료진ㆍ환자 등 369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1일 두드러기 증세로 해당 지역의 B병원을 찾았고, 이틀 뒤에는 고열로 C병원을 방문했다. 이어 5일 D병원에서 CT 촬영을 한 뒤 같은 날 폐렴 판정을 받은 E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온 그는 해당 병원이 메르스 환자 발생ㆍ경유 병원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된 보호자의 신고로 7일 격리 조치됐다. 보건당국은 3일 A씨를 진료한 병원이 이를 보고했으나 그가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고, 고열 증세도 가라앉아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러나 네 번째로 들린 E병원에서 이틀 간 입원하는 등 격리되기 전까지 수백명과 접촉해 지역사회 감염도 우려된다.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다가 건국대병원에서 메르스 판정을 받은 75세 여성(76번 환자)도 의료기관 간 정보공유가 안돼 발생한 경우다. 76번 환자와 가족들은 지난 6일 오전 응급실에서 메르스 발병병원 방문 여부를 묻는 의료진 질문에 “들른 적 없다”고 답변했다. 건대 의료진은 이 환자가 응급실에 6, 7시간 머물다 고열이 난 뒤에 의료기록을 조회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에 다수의 감염자를 양산한 14번 환자와 입원기간이 겹치는지를 문의한 끝에 그가 격리대상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건대병원 측은 “이후 즉각 응급실을 폐쇄하고, 같은 공간에 있던 환자와 의료진을 격리했다”고 밝혔다. 76번 환자 사고로 건대병원 147명, 앞서 이 환자가 들른 강동경희대병원 239명이 격리조치됐다. 그러나 이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 한 요양병원을 방문해 격리대상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메르스 의심 환자가 경유 병원 등 정보를 알리지 않고 다른 병원을 방문하면 해당 병원은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3일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환자 정보를 넘겨받아 76번 환자에게 6, 7일 총 두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이 감시대상인 그에게 열흘 동안 한 일이라곤 달랑 전화 두 통만 건 게 전부였고 그 마저 통화도 하지 못한 것이다.
‘코르스’ 오명 뒤집어쓸 판
국내 확진환자는 1,026명의 확진자가 나온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적지만 아랍에미레이트(76명)보다 많은 세계 두 번째 기록이다. 일각에서 ‘코르스’(코리아+메르스)로 부를 만큼 한국의 보건의료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조사단은 이날 한국에 도착, 5일 간 메르스 전파 원인과 양상에 관해 정부와 공동조사를 벌인 뒤 13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역 감염 우려 등 상황은 악화되는 데도 보건당국은 “아직 병원 밖 감염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삼성서울병원 발 확진자 수가 지난 주말을 정점을 찍어 이번 주부터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를 퍼뜨린 14번 환자(35ㆍ남)의 증상은 지난달 21일 시작됐다. 통계상 잠복기가 대부분 5~7일인 점에 비춰보면 14번 환자에게 전염되는 가장 위험한 시기는 지난 달 27~29일이 된다. 이미 정점을 찍고 지난 셈이다. 권 총괄반장은 이날 추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까닭에 대해 이미 관리대상이던 사람들이나 검사 절차 등으로 확진이 지연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4번 환자가 격리된 지난달 29일 이후 최대 잠복기(2주)가 끝나려면 12일까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간 메르스 환자들이 부산, 경기 부천 등에서 잇따라 나오는 것도 복병이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지만 보건당국은 14번 환자가 치료를 받은 응급실 방문객을 포함한 삼성서울병원 방문객에 대한 전수조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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