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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제 뒷걸음질… 일ㆍ가정 양립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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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제 뒷걸음질… 일ㆍ가정 양립 멀다

입력
2016.05.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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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도입률 22%에 불과

1년새 되레 8%P나 낮아져

원격근무자 고립감 느끼고

일부 남성 역차별 불만 원인

“직원에 근로형태 통제권 주면

주인의식 가져 경쟁력도 강화”

중앙부처 공무원 김모(47ㆍ여)씨는 3년 전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지를 놓고 망설였다. 일터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시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 딸을 두고 있었다. 고심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은 사무실 아닌 장소(스마트워크센터)에서 컴퓨터 등을 이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원격근무제(스마트워크제). 사흘은 서울에서, 이틀은 세종청사에서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동안 적응이 힘들었다. 우선 동료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번거로운 일이 많아졌다. 다른 부서 일을 도와줄 때가 많은데 목격자가 없으니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근거를 남겨야 했다. 그는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조바심이 들고 소외감도 커졌다”고 털어놨다.

선진국에서는 일ㆍ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주요 수단으로 안착한 ‘유연근무제’가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근무 시간ㆍ장소의 구애받지 않고 개인 특성에 맞는 근무 형태를 찾게 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제도. 2012년 공공부문에 도입될 때 여성의 육아 부담이 큰 한국에 뿌리 내리면 여성 인력 활용에 숨통이 틜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4일 고용노동부의 ‘2015년 일ㆍ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단축제(시간제), 시차출퇴근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 이동근무제 등 7가지 유연근무제 중 한 가지라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전체의 22.0%에 불과했다. 2014년 조사 때(29.9%)보다 약 8%포인트 낮아졌다.

7가지 제도 중 주5일 40시간 근무 원칙을 지키면서 출ㆍ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와 원격근무제 정도를 제외한 다른 제도 모두 도입률이 낮아졌다. 선진국에서 가장 보편화된 근로시간단축제의 도입률은 11.3%에 불과했다. 유럽연합(EU) 15개국의 근로시간단축제 사용률은 64.0%(2005년 기준)다.

이처럼 유연근무제 도입이 부진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유연근무자가 느끼는 고립감이다. 동료들과의 물리적 접촉이나 소통도 적어지고 자기 경력과 관계가 악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유연근무제 활용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동료들의 인식도 문제다. 역차별이라는 일부 남성의 불만이 여성으로 하여금 제도 활용을 꺼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전한 관리자의 통제 문화도 요인이다. 이는 감시를 당하느니 차라리 유연근무제 활용을 포기하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낫겠다는 심리로 이어지게 된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 대면 문화, 장시간 근로와 전일제 중심의 일하는 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유연근무제를 ‘유연하게’ 쓸 때 조직과 직원 모두에게 이로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도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효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직원에게 근로 형태 통제권을 주면 주인의식이 부여되면서 근로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효과적인 방식을 찾게 되고 이게 조직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고용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앞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 원격근무(스마트워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중소기업이 원격ㆍ재택근무를 활용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확대 실시하는 등 유연근무제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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