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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과연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입력
2018.05.18 11:5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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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준비 순조롭다 기 싸움 불거져

회담 낙관론에 조심스런 전문가도 많아

서로 만족할 거래 만들어 가는 게 중요

북미 정상회담을 3주 남짓 앞두고 바람에 돛 단 듯하던 회담 분위기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한이 한미 정례군사훈련과 탈북 외교관의 발언 등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데 이어 그 회담의 북측 당국자가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그 사이 핵개발 과정에서 북한 대미 외교의 전면에 섰던 김계관까지 등장해서는 미국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런 대화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것인지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했다.

취임을 전후해 두 차례 평양을 직접 방문한 미국의 새 국무장관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훌륭한 회담을 진행하고 만족한 결과를 높이 평가”(노동신문)했고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3명도 석방했다. 판문점 선언에 이어 순조로운 북미 대화 덕분에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던 터라 느닷없이 찬물 뒤집어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 중에서는 애초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낙관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일부라면 몰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태영호)이라는 전망은 어차피 발언자의 처지 때문에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6자회담 미국 대표로 9ㆍ19 공동성명을 이끌었고 북한 핵실험으로 이 합의가 무력화되는 과정까지 체험한 크리스토퍼 힐이나 아태 지역 전문가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교수의 신중한 반응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모두 만족할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 보면 그렇다고 누군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정도의 비극으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두 정상이 아무리 통 크게 회담을 하더라도 ‘판문점 선언’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추상적이고, 향후 협상과 추가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하며, 그때 비로소 실현 여부가 판명될 성질의 합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불안한 집짓기가 파탄 나지 않도록 차곡차곡 벽돌을 쌓아 올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유의해야 할 대목이 여럿이겠지만 그 중 한 가지만 생각해 보고 싶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큰 문을 열어젖힐 이번 협상의 본질이 결국 ‘거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목표로 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지만, 그 작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줄 수 없다고 해서는 대화가 진전될 리 만무하다.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라는 이상에만 취해서는 김정은이 패전국은커녕 ‘핵보유 강국’의 지도자로서 필요한 만큼 양보하고 받을 만큼 받는 거래를 하기 위해 국제 무대에 나선다는 현실을 망각하기 쉽다.

북한은 이미 반복해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 주고 검증까지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과거 북핵 합의 파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 과정에서 서로가 만족할 거래가 유지되어야 한다. 북한이 내줄 보따리인 ‘비핵화’는 목표가 분명하고 그것을 검증할 체계까지 잘 확립되어 있는데 반해 북한이 그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답을 구하는 공식은 간단하다. ‘채찍X당근’이다. 채찍이 효과를 봐서 정상회담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채찍은 어느 시점까지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지금부터는 당근의 값을 올려야 비핵화의 가능성이 커진다. 비핵화 모델을 두고 갑론을박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에 맞춰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더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만큼 번영하도록 북한과 협력할 것”이라는 수사로는 부족하다. 이 모든 것이 미국 하기에 달렸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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