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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7 10:04
수정 : 2017.09.17 17:58

소길리도 제한급수? 생명수 염원 제주 기우제단

강정효의 이미지 제주(42)-중산간 개발로 식수 고갈 우려, 근본 대책 세워야

등록 : 2017.09.17 10:04
수정 : 2017.09.17 17:58

백록담은 제주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대표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했는데, 제주에서 정작 불편을 겪은 사람들은 따로 있다.

예전보다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 때문에 35일간 제한급수에 들어간 제주시 중산간 마을 7,000가구의 주민들이다. 어승생수원지의 물을 공급받는 이들인데, 가뭄으로 물의 유입량이 줄어들자 4년 만에 격일제 급수에 나서게 된 것이다. 요즘 효리네 민박으로 유명해진 애월읍 소길리도 그 중 하나다.

어승생 저수지 발원지인 한라산 윗세오름을 기준으로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누적강수량은 1,558mm에 불과했다. 평년 3,155mm의 절반 수준으로 8월 이후에도 제대로 된 비가 내리지 않자 관계당국은 지하수 관측공과 농업용수 활용 등 대체 취수원을 활용해 지하수를 공급하기에 이른다. 35일 만에 제한급수는 해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로 국내 생수시장 부동의 1위인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에서 정작 지역주민들은 식수부족으로 고생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주도 중산간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해안가의 지하수 수량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에서 바닷물이 올라온다는 기사도 종종 접하게 된다. 지하수 수위가 낮아짐에 따라 바닷물이 거꾸로 밀려드는 역삼투압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물 부족 또는 가뭄 피해는 예전부터 있었다. 오죽했으면 풍운뇌우제(風雲雷雨祭)라 하여 농사에 영향이 큰 기후를 관장하는 신(神)들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겠는가. 풍운뇌우제는 나라에서 봉행하는 제사인데, 도읍지가 아닌 제주에는 별도의 풍운뇌우단이 존재했었다. 과거 탐라국 시대 유산으로 탐라의 왕이 제사를 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장올

영주산

천제연폭포

선상음악회가 열린 용연

산천단

가뭄이 심해지면 그 원인에 대해 하늘의 신에게, 또는 물을 관장한다는 용왕이나 용신에게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심지어 하늘이 내린 신성한 땅에 누군가가 묘를 써서 부정을 탄 것이라 여겨 금장지를 뒤져 몰래 쓴 묘를 파헤쳤다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금장지로는 산방산과 군산 등이 있다.

한편 풍우뇌우단과는 별개로 마을 단위에서도 기우제를 올렸다. 대표적인 장소로는 제주사람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한라산 백록담을 비롯해 물장올, 용연, 수월봉, 쇠소깍, 천제연, 원당봉, 대수산봉, 단산, 영주산, 산천단 등이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마을제를 지내는 포제단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제주에서 산으로 향하는 경우는 천신이나 한라산신을 향해, 바다에서는 용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중 백록담과 물장올, 용연, 쇠소깍, 천제연 등은 물과 관련된 곳이고, 마을 주변에 물과 관련된 곳이 없을 경우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오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다의 용이 하천을 따라 한라산 백록담으로 오르내리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제주시 용연으로 이어지는 한천이 대표적인 사례로 백록담으로 이어지는 상류에는 용진각이, 하류에는 용소와 용연이, 인근에는 용두암이 위치하고 있다. 하천이 범람할 때 백록담에 머물던 용이 물을 따라 바다로 나아간다고 여겼던 것이다.

어쨌거나 육지부와 달리 빗물이 곧바로 땅속으로 스며드는 까닭에 별다른 저수지가 없었던 제주에서 물을 확보하는 것은 삶과 직결된 문제였다. 그만큼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샘을 중심으로 주변에 마을이 들어선 구조도 그렇거니와 샘에서 허튼 소리를 하면 샘의 신이 노하여 물이 말라버린다고 믿었던 의식세계 또한 물의 소중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전 왕조시대에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왕이 직접 나서 지극정성으로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이제는 현대과학의 이름으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지하수의 양을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개발을 제한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 생명수는 삶의 근본이기에.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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