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승 기자

등록 : 2018.01.23 18:26
수정 : 2018.01.23 18:41

“중국 무기 말고 우리 것 사라” 아세안에 세일즈 나선 미국ㆍ러시아

등록 : 2018.01.23 18:26
수정 : 2018.01.23 18:41

먼저 움직인 쇼이구 러 국방

미얀마ㆍ베트남ㆍ라오스 측과 면담

매티스 美 국방도 연일 동남아행

인도네시아ㆍ베트남과 “협력 강화”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한 가운데 23일 하노이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장관과 나란히 서 있다. 하노이=로이터 연합뉴스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무기시장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 나라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거 물밑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수준을 넘어서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노골적인 판촉 경쟁을 벌일 정도다. 지역 패권을 둘러싼 열강들의 경쟁이 무기판매로 확대되면서 ‘평화의 촉매자’로 불리던 아세안의 명성도 무색해질 지경이다.

23일 베트남 현지 일간 뚜이쩨에 따르면 전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서 쇼이구 장관은 “베트남 군사 전문가들과의 군사 장비 실전 배치 경험 공유 및 군사 협력 확대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기 판매를 위한 정지 작업이다.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전차 64대를 주문한 베트남은 방공미사일과 미그 전투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러시아에서 재래식 디젤엔진 추진의 킬로급 잠수함 6척을 도입, 중국과의 분쟁지역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남부 깜라인 만에 배치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에 앞서 20일에는 미얀마에서 무기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양군 군함의 상대국 항만 출입 절차를 간소화 하는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신형 수호이-30 전투기 판매 계약도 맺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미얀마 관계자를 인용, “수호이-30은 미얀마 공군의 주력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어 라오스도 방문, 군사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미국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2, 23일 인도네시아에 이어 24, 25일 베트남을 찾는다. 군사 협력 강화가 표면적 이유지만, 최근 저가 세일로 이 지역의 무기시장을 석권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더 강하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 중이기도 하다.

베트남 언론은 매티스 장관이 베트남에 무기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양국 무역역조 문제 해결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베트남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청한 상태다. 미 해군 항공모함이 베트남전 종전(1975) 이후 처음으로 베트남에 입항하는 등 미국과 베트남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것도 무기 구매 협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 러시아의 최근 행보는 중국산 무기의 동남아 무기시장 잠식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시도로도 읽힌다.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은 소총(M-4) 3,000정과 탄약 3만발, 태국은 잠수함 3척을 중국에서 구매했다. 미얀마의 경우 대부분의 전투기를 중국산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라오스와 캄보디아도 높은 비율의 무기를 중국산으로 갖추고 있다.

전직 아세안 사무국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는 아세안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모여 있지만,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며 “미ㆍ중ㆍ러 등 글로벌 강대국들이 이 틈에서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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