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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가 주인을 죽인 이유는?... 김별아의 '추리소설' 첫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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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가 주인을 죽인 이유는?... 김별아의 '추리소설' 첫 도전

입력
2018.06.27 17:25
수정
2018.06.27 20:3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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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화 바탕 '구월의 살인' 출간... "이야기꾼으로 살아남기 위해 썼다"

역사추리소설 '구월의 살인'을 낸 김별아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야기의 상상력은 사실과 진실, 그리고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 있다. 기어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고 썼다. 해냄 제공
역사추리소설 '구월의 살인'을 낸 김별아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야기의 상상력은 사실과 진실, 그리고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 있다. 기어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고 썼다. 해냄 제공

“법은 차근차근 잔인하다. 현실은 이렁성저렁성 법을 뛰어넘는다.”

김별아(49) 작가가 들여다본 500년 전 세상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김 작가의 새 장편소설 ‘구월의 살인’의 무대다. 노비 구월의 남편은 “쇠뼈다기 우려 먹듯 부려지다가” 주인에게 잔인하게 살해된다. “나는 그 때 너와 함께 죽었다.” 그런 마음을 먹은 구월이 반사회조직과 손잡고 ‘사적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 작가는 “구월은 저항의 전초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김 작가의 전작 ‘미실’ ‘탄실’ ‘채홍’ 등의 주인공이 그랬듯, 구월은 역사의 갈피에 숨어 있던 실존 인물이다. 효종이 즉위한 1650년 2월 27일치 조선왕조실록 기사는 도성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극을 여덟 줄로 간략하게 전한다. 노비가 주인을 ‘천하에 감히’ 죽인 살주(殺主) 사건이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반동으로 사회가 퇴행해 부조리가 넘친 때였다. “살인 사건 이상의 무엇일 수밖에 없다”고 직감한 김 작가는 승정원일기에 실린 팩트에 상상력을 더해 추리소설을 지었다. 번역률이 10%에 그치는 승정원일기 중 구월 사건을 다룬 기사 40여건을 앞질러 번역해 읽었다.

1993년 등단한 김 작가의 첫 추리소설이다. 왜 추리소설일까. “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가장 실감하는 시기다. 재미있는 게 세상에 널려 있고 감각적, 자극적인 것들이 손쉬운 방식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설이 과연 현대를 담을 수 있는 양식인지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있다. 살아남는 방법으로 추리 기법을 실험했다.” 천일야화 속 세헤라자데를 동경했다는 김 작가가 이야기꾼의 실존을 고민한 끝에 시도한 변신이다. “이전까지는 소설에서 정보를 넘치게 주는 굉장히 친절한 작가였다. 추리소설에선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사건을 먼저 터뜨리고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해 함께 움직이게 했다. 쓰는 동안 패를 안 보여 주려고 독자와 ‘밀당’하는 즐거움이 상당했다.”

해냄 제공
해냄 제공

김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을 국보 1호로 삼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역사에 꽂혀 있다. “경조부박한 현대가 싫다. 우리 삶이 너무 얄팍해서 과거를, 삶을 두텁게 느끼는 방식으로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런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언어를 소설에 쓰려고 노력한다.” 소설엔 옛말이 ‘많이’ 등장한다. 각주로 풀어 두었지만, 옛말에 조예가 깊지 않은 한 툭툭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조선시대 판 CSI’ 같은 선연한 묘사는 ‘추리소설스러움’을 더해 준다. 김 작가는 “법의학 책을 많이 본 걸 드디어 써먹을 수 있어 즐거웠다”고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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