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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히든 히어로] 김영만 “감독 출신 코치요? 어색하지 않아요”

입력
2017.06.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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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창원 LG 코치가 21일 경기 이천 프로농구 창원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본보와 만나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 LG 제공
김영만 창원 LG 코치가 21일 경기 이천 프로농구 창원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본보와 만나 인터뷰 도중 웃고 있다. LG 제공

21일 프로농구 창원 LG의 하계 훈련이 한창인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 파격적인 선임으로 화제가 된 현주엽(42) 신임 감독이 U-19 농구대표팀과 비공식 데뷔전을 앞둔 오후. 선수들의 훈련을 돕던 낯익은 얼굴이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지난 시즌까지 원주 동부의 사령탑을 지내다가 LG에서 새 출발한 김영만(45) 신임 코치였다. 김 코치는 2012~13시즌과 2013~14시즌 동부에서 감독대행을 두 번이나 맡았으며 2014~15시즌부터 정식 감독으로 부임해 ‘동부산성’의 지휘관으로 팀을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2014~15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밟았다. 그러나 동부는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김 코치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김 코치는 “동부에서 선수, 코치 감독까지 했고, 챔피언결정전도 나갔는데 3년 동안 부상 선수도 많았고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구단에서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감독 자리까지 오른 거라 생각한다”며 동부 구단의 결정을 존중했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던 도중, 누군가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LG 감독이 된 3년 후배 현주엽이었다. 김 코치는 “처음 연락 받았을 때 고민됐다. 함께 해서 안 됐을 때(성적이 나지 않았을 때) 부작용도 걱정됐고, 감독을 하다가 후배 감독과 코치로 일한다는 부분도 신경 쓰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 코치는 잠시 고심에 빠졌고, 농구인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그는 “선배들이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 부분은 문제될 게 없다. 네가 생각하기 나름이다’라고 하더라“면서 ”타이틀만 감독에서 코치로 바뀌었을 뿐 현장에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 건 똑같다. 나만 내려놓으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감독 경력이 있는 지도자가 코치를 맡는 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김 코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가 됐다. KBL(한국농구연맹) 역대로 감독 역임 후 다시 코치를 맡은 경우는 KT&G 감독을 지낸 뒤 전자랜드에 코치로 부임했던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을 비롯해 총 6번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전직 감독 시절 부진한 성적 탓에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 타 팀 선배 감독의 콜을 받아 코치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 코치처럼 ‘성공한 감독’ 출신으로 선배도 아닌 후배 감독을 보좌하게 된 경우는 처음이다.

김영만 창원 LG 코치. LG 제공
김영만 창원 LG 코치. LG 제공

현 감독도 누구보다 김 코치의 심정을 이해해 사석에선 여전히 호형호제하며 선배이자 지도자 경력 10년 베테랑 김 코치에게 조언을 구한다.

김 코치는 2007년 은퇴 후 중앙대 감독을 시작으로 여자프로농구 KB 국민은행 코치 및 감독대행을 거쳐 동부에서 코치ㆍ감독대행ㆍ감독까지 다양하게 지도자 커리어를 쌓았다. 현 감독에게 간접적으로 조언이 될 감독의 덕목을 묻자 김 코치는 “선수들과 소통”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김 코치는 “현 감독님과는 LG에서 두 시즌 선수로 같이 뛰었고, 청소년 대표 때부터 친분도 있어 시즌 끝나면 종종 식사도 하는 사이였고, LG 출신에 마산 출신인 나로서는 환경적인 요소도 최고의 고향, 친정 팀이다”라고 말했다. 이천 챔피언스파크는 LG가 2014년 문을 연 야구단ㆍ농구단 통합 전용 훈련장이자 숙소다. 2002~06년까지 3시즌 간 LG에서 활약한 김 코치는 “11년 만에 돌아와 새 훈련장을 와 보니 정말 잘 만들어놨고,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서 “단장님을 비롯해 스태프들도 예전부터 계신 분들이 많다. 잠시 나갔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지난 시즌 LG를 상대로 정규리그에서 6전 전승을 거둔 ‘천적’이었다. 상대 감독으로 본 LG는 어떤 팀이었을까. 그는 “젊고 빠르고 좋은 팀인데 부상 선수도 많았지만 선수들의 끈기와 근성이 부족해 보였다”고 쓴 소리도 했다. 하지만 “동부는 신장과 디펜스에 강점이 있는 팀이라면 LG는 스피드가 무기다. 좀더 공격적인 팀 컬러가 되도록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면 분명히 좋은 팀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가끔 감독 시절 지휘 방식의 버릇이 나오지는 않을까. 김 코치는 “안 그래도 그 부분을 최대한 신경 쓴다”고 웃으며 “감독은 말 그대로 총 책임자다.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이며 코치는 분야별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역할이다. 특히 디펜스 부분을 집중적으로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보 감독’과 ‘감독 출신 코치’가 이끄는 LG는 이날 U-19 대표팀을 67-59로 꺾고 파격 조합의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이천=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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