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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제대로 진단만 하면 수술로 거의 완치돼요”

입력
2017.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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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심장] <2>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혈전이 폐혈관에 오래 쌓여 굳어지면서 약으로도 녹지 않고 폐혈관까지 막아 생기는 병이다. 자칫 심부전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제대로 진단만 하면 혈전을 없애는 수술이나 시술로 완치할 수 있다. 다만 폐동맥고혈압과 증상이 아주 비슷해 제대로 진단되지 않는 게 문제다.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치료의 스페셜리스트’인 장성아(40)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이 병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들어 보았다.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이란 병이 생소한데.

“폐혈관 안에 오랫동안 쌓인 혈전이 굳어져 약물로도 녹지 않고 폐혈관을 막아 생기는 병이다. 항(抗)응고제로 치료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병변이 없어지지 않고 폐동맥압이 평균 25㎜Hg이상(정상치는 20㎜Hg 이하)일 때를 말한다. 10만명 당 30~50명이 발병할 정도로 많이 발병하지 않지만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폐동맥내막제거술)이나 시술(혈관 풍선확장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결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병은 폐동맥고혈압과 증상이 비슷해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문제다.”

-어떻게 발병하나.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 있거나, 외상을 입었거나, 유전적으로 혈액응고 장애가 있거나, 악성 종양 등이 있으면 다리의 깊은 부위 정맥에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아 피가 응고돼 혈전이 생긴다. 이를 ‘심부(深部)정맥혈전증’이라고 한다. 혈전이 다리 정맥에서 떨어져 나와 심장을 거쳐 폐동맥으로 흘러가 폐동맥까지 막으면 ‘만성 혈전색전증 폐고혈압’이 된다. 하지만 심부정맥혈전증을 앓지 않아도 이 병에 걸리는 경우가 50%나 된다.”

-특징적인 증상이라면.

“운동할 때 호흡곤란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전신 무력감이나 가슴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피를 토하고(객혈), 졸도, 복수(腹水), 다리 부종 등이 나타난다. 폐동맥고혈압과 구별하기 위해 의료진이 다리가 붓는 심부정맥혈전증이 있었는지, 갑자기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졸도 등 급성 폐동맥 혈전색전증 증상이 나타났는지를 알아본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없었어도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에 걸리기도 한다.”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이 폐동맥고혈압과 다른 점은.

“폐동맥고혈압은 심장과 폐 사이의 폐동맥에서 고혈압이 되는 병이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폐를 거치면서 산소를 흡수해 신선하게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특별한 고혈압이다. 폐동맥고혈압이 생기면 쉽게 피로하고 전신 무력감, 현기증과 함께 호흡이 곤란해진다. 폐동맥고혈압은 쉽게 말해 폐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다. 원인으로 혈관 수축, 혈관 내 혈전, 혈관 내부가 좁아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병은 수술로 치료할 수 없고 약물치료만 가능하다. 약물로 치료효과가 없으면 폐이식도 고려해야 한다.

반면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혈관 안에 오래된 혈전이 쌓여 혈관 안이 좁아져 폐동맥압력이 높아지는 병이다. 수술(폐동맥내막제거술)로 치료할 수 있고 풍선으로 넓혀주는 시술(혈관 풍선확장술)도 가능하다.”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을 어떻게 진단하나.

“한 가지 검사로 진단하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심장초음파검사를 시작으로 폐관류 핵의학 스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조영술, 우심도자술과 폐동맥조영술 등을 거쳐 확진한다. 1차적 진단을 위해 심장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하지만 이 검사로 확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다른 검사를 한다. 폐관류 핵의학 스캔은 폐동맥고혈압 등 다른 폐고혈압 질환과 감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심도자술(右心導者術)과 폐동맥조영술은 확진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다. 경정맥이나 하대정맥을 통해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폐동맥까지 넣어 폐동맥압을 직접 재고 폐혈관을 촬영하는 검사다. 폐동맥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진단과 수술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필수적이다.”

-진단이 중요한 까닭은.

“폐동맥고혈압은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하지만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수술을 기본적으로 고려한다. 수술 대상이 아니라면 항응고제나 경피적 풍선확장술로 치료한다. 폐동맥고혈압은 진행을 막는 것이 주된 치료이지만 완치되지 않는다. 반면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수술로 거의 완치할 수 있는 병이다. 폐동맥고혈압은 값비싼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하지만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수술 후 항응고제만 복용하면 된다. 이처럼 두 질환은 치료법이 전혀 다르기에 올바른 진단이 중요하다.”

-치료의 골든 타임이 있나.

“다른 병원에서 폐동맥고혈압이나 다른 폐고혈압으로 진단된 환자가 우리 병원 폐고혈압 전담팀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으로 다시 진단될 사례들이 있다. 폐동맥의 내막을 따라 혈전을 떼내 없애는 수술로 폐동맥 시작 부위에 혈전이 있으면 제거하기 쉽지만 깊은 곳에 있으면 불가능하다. 수술 성공 요인은 혈전을 얼마나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외과의사의 경험과 숙련도에 크게 좌우된다.

고난도 수술로 수술 후 첫 1개월 내 사망률이 5~19%로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위험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최근 3년간 성적은 첫 1개월 사망률이 1%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간혹 수술로 제거할 수 없는 말초의 작은 병변은 수술 후에도 남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추가적인 시술(경피적 풍선성형술)로 치료할 수 있다.”

-폐고혈압팀 클리닉을 소개하자면.

“우리 병원 폐고혈압팀은 2015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폐동맥 풍선확장술’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40건을 시행해 치료성적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폐고혈압팀(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중환자의학과, 호흡기내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의료진 13명으로 구성)은 수술/치료계획 수립 전 환자에게 수술과 시술 중 어떠한 치료가 더 최선일지 토의한다. 미국과 유럽 등 관련 국제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담팀이 다학제 협진으로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 의심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진단ㆍ치료가 폐동맥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의사 한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고 치료 자체도 매우 어려워 합병증이 발생하면 적절한 처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에서만 수술과 시술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그림 1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과거 수술하면 수술 후 1개월 내 사망률이 20%가까이 될 정도로 위험한 병이었지만 우리 병원의 수술 후 1개월 사망률이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수술로 바뀌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그림 1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과거 수술하면 수술 후 1개월 내 사망률이 20%가까이 될 정도로 위험한 병이었지만 우리 병원의 수술 후 1개월 사망률이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수술로 바뀌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진단이 매우 까다로운 질병이지만 수술을 하면 99% 정도 살아날 정도로 수술경과가 좋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은 진단이 매우 까다로운 질병이지만 수술을 하면 99% 정도 살아날 정도로 수술경과가 좋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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