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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7구단 창단? ‘김연경 키즈’들의 열정부터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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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7구단 창단? ‘김연경 키즈’들의 열정부터 지켜야

입력
2017.09.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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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은 한수진(가운데)/사진=한국배구연맹

“프로에 못 가지만 배구의 끈은 놓지 않을 겁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2017~2018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신인 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한 미지명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지명을 받고 단상에 올라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활짝 웃는 선수들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침울한 표정의 무리들이 한쪽에 존재했다.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학창시절 내내 모든 걸 쏟았던 배구공을 다시 만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선뜻 말을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행사장에 함께 온 한 어머니는 지명 받지 못한 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힘들게 한 선수가 인터뷰에 응했고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많이 아쉽다. 우는 애들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동기 중 한 명이 지명돼서 좋다”며 오히려 친구에게 축하를 건넸다.

비록 프로로 직행하지는 못하지만 배구를 사랑하는 열정만큼은 이들이 보고 자라면서 꿈을 키우게 한 국가대표 김연경(29ㆍ상하이 구오후아) 못지않았다. 이 선수는 “고향 쪽 실업 팀을 알아보겠다. 배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강하다. 계속 배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도 프로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현실에는 깊은 한숨이 새어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프로 문이 좁은 건) 후배들도 의식한다.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선배의 지명을 응원하러 온 후배 선수들이 모여 마치 자기 일인 양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들 사이에서는 “XX구단은 돈이 없어서 한 명만 뽑았나?”, “아니야 엔트리가 꽉 차서 그럴 거야“ 등의 얘기들이 오갔다.

장내 사회자가 구단에 지명을 여러 차례 독려하고 고심 끝에 감독이 지명을 위해 일어나면 박수를 유도하는 현실이 배구 드래프트 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풍경이다. 지명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해 드래프트는 15개교에서 총 40명이 참가해 16명만이 선택을 받았다. 지명률은 불과 40%다. 그나마 고용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련선수 4명을 빼면 12명에 지명률은 30%로 곤두박질친다. 예년에 비해 대어가 적다는 말은 해마다 나오는 핑계다.

김윤휘(56) KOVO 사무총장이 “그 동안 14번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211명의 프로를 배출했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1라운드가 끝나기 무섭게 지명 포기가 속출하는 모습은 씁쓸함만 남겼다.

여자 배구 드래프트는 2012년 64%(25명 지원ㆍ16명 지명) 이후 4년간 50% 초반을 넘지 못했다. 2013년부터 ‘52%(17명/33명)→41%(19명/46명)→53%(17명/32명)→50%(16명/32명)→40%(16명/40명)’을 기록하고 있다.

여자부 감독들은 지금이 제7구단 창단의 적기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외향을 넓히기 전에 내실부터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배구인은 “스카우트를 하려고 다닐 때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배구하려는 어린 아이들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하소연할 만큼 유소년 인프라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아이들이 배구를 시작하고 아마추어 선수들이 고된 훈련을 견뎌내는 가장 큰 동기부여는 나중에 김연경처럼 멋지고 화려한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따라서 프로 등용문인 드래프트 결과는 상상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 정원과 샐러리 캡을 고려해야 해 지명권을 남발할 수는 없다고 해명한다. 현장에서 만난 이도희(49ㆍ현대건설) 감독은 비교적 많은 3명을 지명한 뒤 “우리가 현재 선수들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고 단 1명 지명에 그친 박미희(54ㆍ흥국생명) 감독은 “드래프트 전에 졸업한 선수 한 명과 계약해 여력이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최대한 많이 지명하겠다고 했던 이정철(57ㆍIBK기업은행) 감독은 3명(수련선수 1명)을 데려갔다. 대신 기업은행 측은 정책적으로 2라운드까지 선수를 지명했다. 1라운드(계약연봉의 200%)-2라운드(계약연봉의 150%) 때 발생하는 학교 지원금 때문에 지명을 포기한 다른 구단과는 차별 점을 뒀다.

오는 25일에는 남자 신인 배구 드래프트가 열린다. 여기서는 지명률이 조금이나마 나아질지 배구계의 시선이 쏠린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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