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임시회 끝내 불발, 준예산 사태 장기화 조짐
의회 “0원 원안” vs 새누리 “910억원 수정안” 팽팽
경기도와 도교육청 예산안 처리를 위해 13일 개최된 경기도의회 임시회 개회가 불발됐다. 14일에는 도의회 의장과 여당 대표가 총선 출마를 이유로 나란히 사퇴할 예정이어서 협상 테이블 마저 사라져 향후 일정마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상초유의 준예산 사태와 보육대란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경기도의회는 13일 오전 11시 임시회 본회의 개회에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강득구 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현삼 대표, 새누리당 이승철 대표 등이 4자회동을 했지만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끝내 임시회 개회가 불발됐다.
앞서 경기도의회는 누리과정비가 포함 안된 예산안 원안을, 경기도는 2개월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910억원을 담은 수정안을 각각 상정해 표결에 붙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후까지 4차례 계속된 여야 조율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강 의장과 여야 대표는 오후 5시30분쯤 임시회 개회 연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를 대표하는 강득구 의장과 이승철 대표가 14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예정이어서 향후 일정을 잡기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경기도의회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회원 240여명이 찾아와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린 1층 대회의실 출입문을 막고 구호를 외치며 의원들이 나오는 것을 막아 경찰이 동원되기도 했다.
한 유치원 원장은 “유치원 납입금이 지난해 평균 3%, 올해는 1% 밖에 올릴 수 없는데 그나마 주던 누리과정비마저 못 주겠다면 죽으라는 말이냐”면서 “아무리 누리과정이 대통령 공약이라지만 보육대란까지 일으키면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회 1층에 최종 결렬선언 때까지 연좌하고 누리과정비가 포함된 예산안 의결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도의회 여야의 입장 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이번 임시회(개회일로부터 20일) 안에 처리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도의회 관계자는 “준예산사태 해결과 누리과정비 편성이라는 큰 쟁점을 동시에 해결하려다 보니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서 “남 지사와 양당 대표가 협의해 투 트랙으로 나눠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를 미편성한 7개 광역교육청 중 처음으로 세종시교육청이 이날 석달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올해 1∼3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42억원을 예비비에서 긴급 지원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더 이상의 추경은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2일 전남도교육청은 정부의 예비비 편성을 전제로 누리과정비를 일부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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