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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나무숲’ 늘어나는 익명 고백… 사생활 침해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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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나무숲’ 늘어나는 익명 고백… 사생활 침해 위험도

입력
2017.03.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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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대나무숲 페이스북을 통해 익명으로 고백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성원 기자
각 대학 대나무숲 페이스북을 통해 익명으로 고백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이성원 기자

“○월 ○일 ○시 ○분 쯤 ○번 버스타고 학교 후문에서 내리신 분 누군지 궁금합니다! 제 이상형이셔서 여자친구 없으시면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항상 맨 앞자리에서 ○교수님 수업 들으시는 여성 분, 남자친구 있나요? 너무 예쁘셔서 계속 쳐다봤는데.”

3월 새학기를 맞아 각 대학교의 익명 페이스북 커뮤니티 ‘대나무숲’에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1일에 중앙대학교 대나무숲에 게시된 고백 글만 해도 20건에 이른다. 고백의 형태는 다양하다. 평소 안면이 있고 이름을 아는 학생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경우,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애인의 유무를 묻거나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등이 있다.

대나무숲에는 다양한 유형의 고백글이 올라온다. A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대나무숲에는 다양한 유형의 고백글이 올라온다. A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온라인 ‘익명 고백’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대나무숲에 고백 내용을 제보하면 대나무숲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부 제보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취합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한다. 대나무숲에 고백 글이 올라오면 재학생들은 댓글에서 고백 글의 주인공으로 의심되는 지인들의 이름을 태그한다. 가끔 엉뚱한 사람을 짚는 경우도 있지만, 익명의 제보자가 원하던 인물을 정확히 찾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탓에 대나무숲은 사람을 찾아준다는 의미에서 ‘흥신소’라고도 불린다.

대나무숲을 통한 ‘익명 고백’은 대나무숲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15년을 전후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신입생이 들어오고 새학기가 시작하는 시기에는 흥신소에 도움을 청하는 제보자가 더더욱 늘어난다. 대학생들이 대나무숲을 통한 고백을 선호하는 것은 익명성 때문이다. 익명 고백을 해본 대학생 김정준(23ㆍ가명)씨는 “직접 고백할 용기가 안 날 때 신상을 드러내지 않고 고백할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정태연 교수는 “익명은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익명 고백의 효과가 공유돼 과거에 비해 고백 사례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나무숲을 통한 고백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만은 아니다. 고백을 당한 대상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백 글의 댓글란에 자신의 이름이 태그를 당하는 과정에서 이름은 물론 그 사람이 무슨 수업을 듣는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등도 공개된다. 이 때문에 서울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특정인에게 고백하는 글을 비롯해 누군가를 찾는 흥신소 제보를 금지하고 있다. B 대학교 대나무숲 관계자는 “흥신소 글은 누군가의 신상을 허락 없이 노출하는 행위이고,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어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교수는 “제보자는 익명을 보장받지만 고백의 대상자는 실명, 직업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며 “개인의 신상정보를 함부로 올리는 것은 대상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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