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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개혁 정책은 보여주기용? ‘여성 운전 허용’ 한 달 앞두고 여성 운동가들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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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개혁 정책은 보여주기용? ‘여성 운전 허용’ 한 달 앞두고 여성 운동가들 체포

입력
2018.05.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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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다의 여성운동가 아지자 알 유세프가 2014년 수도 리야드 시내에서 여성의 운전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하며 차량을 운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사우다의 여성운동가 아지자 알 유세프가 2014년 수도 리야드 시내에서 여성의 운전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하며 차량을 운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기로 한 왕령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돌연 자국 여성인권 운동가들을 체포했다.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의 개혁이 대외용 보여주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지난주 사우디의 여성 운전 금지령과 남성 후견인 제도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여성인권 운동가 루자인 알 하스룰, 아지자 알 유세프 등 최소 7명을 체포했다. 표면적 이유는 이들이 외국 단체와 소통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내무부는 이들이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피해를 줄 목적을 가진 외부 세력에게 돈을 제공하고, 정부에서 민감한 보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을 포섭하는 일을 하고 있는 외국 단체와 연락을 주고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친정부 매체는 이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이들을 반역자로 몰아 세웠다.

하지만 인권단체 등은 당국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민적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통제하고, 근대화에 반대하는 종교계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사우디 집권세력의 시도라는 지적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사라 리 윗슨은 로이터통신에 “체포된 운동가들의 유일한 혐의는 왕세자가 추진하기 전에 여성의 운전 권리를 주장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엠네스티의 사마흐 하디드도 “사우디가 표현의 자유 등을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시키려는 여성 운동가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공격했다.

체포된 이들은 오래 전부터 사우디 여성들에게 운전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운전금지령 해제가 발표된 뒤에는 “이 조치가 평등을 향한 첫 단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후견인 제도 등도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 여성은 결혼을 하거나 여권을 만드는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남성 후견인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사우디 당국은 여성 운전금지령을 해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면에서는 인권 운동가들에게 언론 등에 의견을 말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었다. 이후 몇몇 활동가들은 실제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일을 중단하거나 사우디를 떠났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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