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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꼼수' 요양병원... 건보 곳간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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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꼼수' 요양병원... 건보 곳간 샌다

입력
2018.05.11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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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500개…해마다 우후죽순

통원치료 가능한 노인도 장기 입원

돈 주고 ‘나일롱 환자’ 빼내기까지

설립 요건ㆍ인력 기준 등 모호

불법 고용 ‘사무장 병원’도 많아

작년 허위 진료비 8000억 증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요양병원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며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우후죽순 생긴 요양병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이른바 ‘나일롱 환자’를 서로 돈을 주고 빼내갈 정도다. 건강보험공단 곳간이 줄줄 새면서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요양병원 수는 2011년 988개에서 지난해 1,529개로 증가했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가 증가하며 노인 의료서비스 수요가 커진 게 주요 배경으로 풀이된다. 요양병원의 시설ㆍ인력기준 등이 일반병원 보다 낮은 것도 한 몫 했다. 일반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20명당 의사 1명,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환자 40명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만 있으면 된다. 요양병원은 의사 수에 한의사를 포함시킬 수도 있고 간호사 정원의 3분의2는 간호조무사로도 대체할 수 있다. 인력기준 등을 지키지 않아도 의료기관 폐쇄 같은 제재를 가할 장치도 마땅치 않다.

더구나 요양병원이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각종 꼼수가 판을 치고 있다. 의료법에서는 요양병원을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과는 다르다. 그러나 요양병원에는 통원 치료가 가능한 환자나 집에서 생활을 해도 될 노인들이 버젓이 장기 입원해 있는 경우가 적잖다. 실제로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A(71)씨도 걸을 때 지팡이를 이용해야 하는 점을 빼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2년째 요양병원 생활 중이다. 결혼한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가능하다면 병원에서 계속 지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특히 요양병원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의 부담이 적다. 총진료비 중 공단과 국가부담금 비중은 80% 이상인 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20%도 안 된다. 병원 입장에서도 입원환자가 많을수록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환자를 오래 입원시킬수록 건강보험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어 현금을 주고 다른 병원의 환자를 빼내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각종 관리 부실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의료기관 설립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고령의 의사를 고용해 불법으로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도 적잖다. 지난 2014년 서울 송파구의 한 요양병원은 당시 82세의 의사를 고용해 암 전문 모텔형(진료는 하지 않고 숙식만 제공) 병원으로 운영되다 적발됐다. 이 의사는 치매질환이 있는데다 전공도 암과 무관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의 수는 1,402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요양병원이 건강보험의 불필요한 지출을 야기해 재정부담을 높인다는 데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사실 입원이 필요 없는 ‘신체기능 저하군’ 환자가 2014년 4만3,439명에서 2016년 5만8,505명으로 34.6% 증가하는 동안 공단ㆍ국고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이 포함된 총진료비는 2,088억원에서 3,491억원으로 67.2%나 늘었다. 건보공단은 사무장 병원 등이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건강보험재정에서 빼내간 금액이 지난 한해 8,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이정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한해 요양병원을 입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영리목적이 우선인 사무장 병원은 비용절감과 의료인의 잦은 교체 등으로 환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요양병원 개설과 지정, 운영, 처분 등 모든 단계에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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