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경성 기자

등록 : 2017.07.17 19:06
수정 : 2017.07.17 21:07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

北, 南 적십자회담 제안 수용할까

등록 : 2017.07.17 19:06
수정 : 2017.07.17 21:07

2015년 이후 중단된 대표적 행사

복원만으로도 관계 진전 큰 의미

대화 재개 명분 충분하지만

美 제재 상황서 가능성 높지 않고

北 측의 지렛대로 이용당할 우려도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직무대행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17일 북한에 군사회담과 함께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한반도 긴장 완화만큼 남북간 인도주의적 교류 복원도 남북관계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정치 교류 협력은 남북간 정치 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북한이 줄곧 남측에 촉구해온 게 적대행위 중단이란 점을 감안하면 적십자회담 성사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산가족 상봉은 비정치적 교류에서 남북이 가장 크게 공감하고 협력해온 대표적인 남북 교류 사업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ㆍ15 공동선언을 계기로 본격화해 2007년까지 16차례가 열렸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선 2009년과 2010년, 박근혜정부에선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만 열렸다. 2015년 10월 20회 행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남북 교류의 대표적 행사를 복원시키는 것만으로도 변화된 남북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남북 관계를 반영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특히 이산 가족 상봉 신청자들이 초고령층이라는 점도 대화 재개의 정당성과 시급성을 더하는 대목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어떤 정치적 고려 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며 “현재 우리측 상봉 신청자는 13만여명이며 이중 생존자는 6만여명에 불과하고 그 중 63%는 80대 이상으로 매년 3,000여명이 사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북한이 제시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탈북자 김련희씨의 송환 없이는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정부는 탈북 여종업원들이 자유 의사로 귀순했고 우리 국민 김련희씨를 북으로 돌려보낼 법적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로 누차 요구해온 조건이다. 그러나 관광객의 신변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답변이었다. 더욱이 미국이 대북 제재로 북한의 핵개발 돈줄을 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경제적 교류를 재개할 순 없는 형편이다.

북한이 남북 군사회담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적십자 회담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보수정권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곶감만 빼먹고 지원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중지를 관철하고 난 뒤, 인도적 문제는 나 몰라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종전보다는 전향적인 북한의 자세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15일 첫 논평에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식 대남 기구 성명 대신 노동신문 개인 논평으로 비난했다는 점도 고심의 흔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 및 미국 국민의 송환과 북한으로서의 귀환을 희망하는 탈북자 송환 문제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