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지은 기자

등록 : 2018.01.23 10:11
수정 : 2018.01.24 08:45

정현 “‘보고 있나’ 메시지, 김일순 감독과의 약속”

공식 기자회견 전문 “이제 테니스, 한국서 인기 종목 될 듯”

등록 : 2018.01.23 10:11
수정 : 2018.01.24 08:45

22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의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완파 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호주(멜버른)=AFP 연합뉴스

정현(22ㆍ삼성증권 후원) 선수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일부터 테니스는 한국에서 인기종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승이 목표가 아닌 그저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밝혔다. 정 선수는 22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31)를 완파했다.

정 선수는 멜버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승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한국테니스를 위한 승리였다”고 답했다. 또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상상해본 적 있느냐’는 물음엔 “아니다”라며 “단지 매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테니스는 아직 인기 종목이 아니다. 정 선수는 외신 인터뷰에서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견에서도 ‘한국에서 테니스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정 선수는 “야구, 농구, 축구의 인기가 높다. 다음 달에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빙상종목에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곤 “아마 오늘을 계기로 테니스는 다섯 번째 인기 종목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정 선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조코비치가 우상이었다고 표현했다. “어렸을 때 그의 샷을 많이 따라 해보려고 노력했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회견에서도 취재진이 ‘우상이었던 조코비치를 이긴 소감’을 묻자, “조코비치가 작년에 부상으로 시즌을 끝낸 이후,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며 “그래도 이렇게 큰 대회에서 존경하는 선수와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는데, 승리를 해서 더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은 나의 롤 모델이자 우상이었다”며 “조코비치와 다시 경기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그를 투어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오늘 내 꿈이 이뤄졌다”고도 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뒤 악수를 할 때 “믿을 수 없는 경기였다. 다음 경기도 잘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기 직후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큰 절을 한 이유는 “도움을 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코칭 스태프가 그곳에 있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거기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우리집에서 막내인데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투르다”며 “어떻게 하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까 했는데 바로 떠올라서 절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 선수가 경기 뒤 방송 카메라 렌즈에 하는 ‘사인 이벤트’ 때 적은 “보고 있나?”라는 문구도 화제였다. 정 선수는 “전 삼성증권팀 김일순 감독과 약속을 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고 있나?’ 위에는 ‘캡틴’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정 선수는 “당시에 팀이 해체되고 나서 마음 고생이 제일 심하셨는데, 언젠가는 잘 돼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다”며 “애교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한테니스협회가 공개한 기자회견 전문이다.

- 오늘 승리가 아시아 테니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국테니스를 위한 승리였다. 내일부터 테니스는 한국에서 인기종목이 될 것이다(웃음).”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호주오픈 6회 우승자를 꺾은 기분이 어떤가.

“조코비치, 페더러, 나달은 나의 롤모델이자 우상이었다. 조코비치와 다시 경기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그를 투어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오늘 내 꿈이 이뤄졌다.”

-당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조코비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가. 페더러와 나달보다는 조코비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렇다. 조코비치와 같은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그의 베이스라인 플레이가 좋을 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넥스트젠 파이널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게 도움이 됐나?

“그 대회를 우승하면서 작년 시즌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그래서 올 시즌 시작부터 자신감을 갖고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2년 전 랭킹이 51위였는데, 현재 58위라는 걸 믿을 수 없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 지금까지 3년 정도를 투어에서 뛰었는데, 매년 부상 때문에 몇 달 동안 쉬어야 했다. 그게 원인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내고 싶다.”

-조코비치의 경기를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는가?

“그가 2008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할 때 처음 봤다. 거의 10년 전이다.”

-조코비치가 당신과 비슷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그를 좋아했는가.

“그가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좋아했다. 조코비치의 경기를 즐겨 본다.”

-닉 키르기오스는 어렸을 때 조 윌프리드 송가의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키르기오스는 이번 대회 3회전에서 송가를 3-1로 이겼다). 혹시 조코비치에게 사인을 받은 적이 있는가?

“아직 그런 적은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 작년에는 나달과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차근차근 해보겠다(웃음).”

-한국에서는 테니스 인기가 많지 않다고 했었는데, 오늘 승리가 한국에서는 큰 이슈가 되는가?

“그럴 것이다. 예전보다는 인기가 많아지길 바란다.”

-이형택과 함께 경기해본 적이 있는가?

“그가 현역으로 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4년 전 데이비스컵 당시 플레잉 캡틴이었던 이형택과 한 팀에서 경기를 했다.”

-오늘같이 대단한 승리를 거두고 나서, 다음 경기에도 집중하는 게 어렵진 않나?

“그랜드슬램에서는 매 순간 집중하려고 한다. 큰 경기장에서, 멋진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게 행복하다.”

-8강전 상대인 샌드그렌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그는 정말 좋은 선수다. 나와 마찬가지로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에 올랐다. 그와 한 번 경기를 해 봐서 서로를 잘 알지만, 8강전에서 상대하기 위해서는 일단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짐 쿠리어와 온코트 인터뷰를 잘 해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열린 작은 대회에서 당신은 영어를 잘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투어생활을 하려면 항상 영어를 해야 한다. 그래서 투어를 뛰는 동안 계속 공부를 한다.”

-안경을 쓰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교수님’ 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마음에 드는가

“그렇다. 좋은 별명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상상해본 적 있나

“아니다. 단지 매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97위 선수를 상대하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하나?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는 16강전까지 강한 상대를 이겨왔기 때문이다. 상대의 랭킹에 상관없이 경기에 집중하겠다.”

-경기 도중 조코비치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다는 걸 언제 알았나?

“1세트가 끝나고 그가 메디컬 타임을 불렀을 때 눈치를 챘다. 그 때 힘들어 보였다.”

-오늘 경기 전에 어떤 전략을 준비했는가?

“이번 대회에서는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경기하고 있다. 긴장을 풀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세계 1위였던 선수를 상대했기 때문에 매 포인트에 집중해야만 했다.”

-어떤 스포츠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가. 테니스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나

“야구, 농구, 축구 인기가 높다. 다음 달에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빙상종목에도 관심이 많다. 아마 오늘을 계기로 테니스는 다섯 번째 인기 종목이 될 것 같다.”

-(이하 한국 취재진 질문) 우상이었던 조코비치를 이긴 소감은?

“조코비치가 작년에 부상으로 시즌을 끝낸 이후,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큰 대회에서 존경하는 선수와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는데, 승리를 해서 더 값진 경험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야간경기를 했는데, 부담은 없었나.

“오히려 야간경기여서 쉴 시간이 많았다. 3회전 때 5세트까지 경기한 뒤에 잘 쉴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높은 위치에 오르려면 어떠한 조건도 다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끝나고 플레이어 박스를 향해 큰절을 올린 것은 어떤 의미였나.

“도움을 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코칭스태프가 그곳에 있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거기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집에서 막내인데도 불구하고, 막내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가 서투르다. 어떻게 하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까 했는데, 바로 떠올라서 절을 하게 됐다.”

-즉흥적이었나, 아니면 평소에 생각했던 세리머니인가?

“언젠간 멋진 코트에서 승리하게 되면 큰절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경기 뒤 방송카메라 렌즈에 사인을 하면서 ‘보고 있나’ 라고 적었는데

“전 삼성증권팀 김일순 감독과 약속을 했었다(‘보고 있나’ 위에는 ‘캡틴’ 이라고 썼다). 당시에 팀이 해체되고 나서 마음고생이 제일 심하셨는데, 언젠간 잘 되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애교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고드윈 코치에게 어떤 주문을 받았나?

“경기 전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조코비치가 어떤 행동을 보여줘도 내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주문했다. 조코비치가 경기 도중에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에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조코비치가 악수를 하며 어떤 말을 해줬나?

“믿을 수 없는 경기였고, 다음 경기도 잘 하라고 나에게 말했다.”

-조코비치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정현이 2년 전에 비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코트에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내가 프로처럼 행동을 해서 한국테니스 유망주들이 나를 보고 좋은 점만 배우길 원한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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