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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대학 연구실 폭발사고에도 “그냥 실수” 넘어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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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대학 연구실 폭발사고에도 “그냥 실수” 넘어가니…

입력
2017.07.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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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안전사고 89%가 대학서

“실험복 불편해” 안전교육도 엉망

8일 토요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실험 중 화학물질 ‘브로민’이 누출돼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신체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라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 실수로 소량 흘린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2, 26일에는 각각 서울대 의대와 원주 상지대 실험실에서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달 1일에는 고려대 공대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100여명이 대피했다. 18일엔 부산 경성대 약대에서 실험 도중 불이 났다.

크고 작은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사례는 그나마 피해가 적지만 범위를 넓히면 폭발이나 대형 화재, 심지어 집단 감염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07~2015년 9년간 실험실 안전사고 89%(999건)는 대학에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 시 보고를 누락하는 대학이 10곳 중 3군데라는 조사 결과(2012년 미래부)도 있으니 실제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도별로 따지면 2013년 97건으로 줄었다가 2014년 145건, 2015년 170건 등 늘어나는 추세다.

솜방망이 처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06년 실험실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연구실안전환경조성에관한법률’(연구실안전법)이 제정됐지만, 법을 어겨도 과태료 처분 정도다. 예컨대 3년마다 미래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현장 안전 점검에서 안전 교육 미실시 등 법 위반 사항이 발견돼도 과태료 300만원이 처벌의 전부다. “과태료 부과 이후 법 이행 사항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게 미래부 얘기지만, 연구실 현장에서는 ‘별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다.

학교와 지도교수, 학생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다. 2015년 기준 연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대학은 12.5%에 불과했다. 연구자 대부분이 위험성에 대한 인지 없이 실험을 진행한다는 얘기다. 경성대 약대 화재 역시 건조기를 작동해둔 상태에서 학생들이 자리를 비웠다가 사고가 났다. 서울의 한 대학 실험실에 근무 중인 박모(27)씨는 “유해 물질을 다루는 실험실에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실험복 등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화학물질을 아무렇게나 버려 폭발이나 오염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선 안전교육부터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 두 차례 실시되는 연구실 안전환경교육은 이수율이 100%에 달할 정도지만,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탓에 학생들이 주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세대 이공계열 대학원에 다니는 한 학생은 “내용 자체가 뻔한데다 제대로 듣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한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안전원 관계자는 “안전관리자 등 전담인력을 확보하고, 연구실 책임자는 실험뿐 아니라 연구원 안전까지 책임지게 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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