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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하나로 평생 우려먹을 수 없어 미국에 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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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하나로 평생 우려먹을 수 없어 미국에 간 것”

입력
2018.04.03 15:49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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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 강연

“대중ㆍ전문가 잇는 다리 역할 위해

6년 전 버클리 MBA 진학한 것

외국선 새 길 걷는 우주인 많아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돌아올 것”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3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주인의 우주비행과 그 후 10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가 3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주인의 우주비행과 그 후 10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지금은 제 쓰임을 기다리는 시기다. 자연스럽게 제가 필요한 일이 (조국에서) 생기면 그때는 열 일 접고 돌아오겠다.”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 10주년을 맞아 ‘먹튀(먹고 튀었다)’ 비난을 불러온 미국행 결심배경과 우주 관광객 논란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미국으로 떠난 지 6년 만이다.

이 박사는 3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특별강연에서 “2012년 미국 버클리대 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한 건 실패했단 이유만으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얻은 성과조차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국내 연구 풍토가 안타까워서”라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대중과 과학 전문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과학정책ㆍ경영학을 다루는 MBA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2008년 4월 8일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TMA-12)을 타고 11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며 18가지 과학실험을 진행한 뒤 귀환했다. 전 세계에서 49번째,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우주인이 됐다. 2013년 재미동포 안과의사와 결혼해 시애틀에서 거주하는 이 박사는 현재 위성 데이터 서비스와 관련한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로프트 오피탈’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며 민간 우주개발 경험을 배우고 있다. 대학 시간강사로 강단에도 서고 있다.

우주에서 귀환한 뒤 4년간 외부강연 235회 등 523회에 달하는 대외일정을 소화했던 그는 당시 미국행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로 “유행가 하나로 평생 우려먹고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라고 설명했다. 2007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입사한 이 박사는 우주비행 후 의무복무기간(2년)을 2010년 다 채웠으나, 이후에도 2012년까지 학술대회 발표ㆍ강연 등 홍보 활동을 계속해 왔다.

그런데도 이 박사가 2014년 항우연까지 퇴사하자, 약 260억원을 들인 우주인 배출 사업이 1회용에 그쳤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오보까지 나왔다.

이 박사는 오보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주인들은 작은 행동 하나가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명심하고 있다”며 “우주인이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 연구 활동 이후 관리자나 경영자의 길을 걷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2004~2011년 우주 관련 활동을 하다 의사로 복직한 미국의 로버트 새처 등 우주와 무관한 길을 가는 우주인이 적지 않다.

이 박사는 R&D 실패를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주개발은 실패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며 “러시아 발사체를 사서 단기간에 발사체 기술을 흡수한 한국을 보고 미국 등 우주 선진국에서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먼저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며 “키가 150㎝인 사람이 서장훈 선수처럼 농구에서 센터 역할을 잘 하기 힘든 것처럼, 미국이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우주개발계획을 세우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대전=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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