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장면, SF영화의 절반 수준
사족 없는 스토리ㆍ여성 캐릭터 부각
색다른 맛에 장기흥행 질주 조짐
30년 만에 재개된 시리즈. 기성세대에겐 잊혀졌고 젊은 세대에겐 낯설었다. 뒤늦게 재활용된다는 인상도 흥행 걸림돌이 될 만했다. 하지만 이 모든 예상을 뒤엎었다. 14일 개봉해 꾸준히 관객이 들더니 25일 200만명 고지를 넘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휩쓸고 간 5월 극장가를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매드맥스 4’)가 접수한 분위기다. 26일 수입배급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에 따르면 ‘매드맥스 4’의 한국 흥행 수입은 전세계 40여개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관객이 계속 느는 추세라 장기 흥행 질주도 예상된다.
아날로그 액션 상식을 뒤집다
매드맥스 4’는 액션의, 액션에 의한, 액션을 위한 영화다. 질주하는 자동차를 또 다른 자동차가 쫓으며 벌어지는 액션이 동공을 자극하고, 자동차 엔진의 거친 굉음이 고막을 휘감는다. 과감한 생략으로 구축해낸 암울한 미래 인류에 대한 서사도 매력적이나 무엇보다 신들린 자동차 액션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매드맥스 4’의 액션은 할리우드 제작 관행에 역행한다. 매끈한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장면 대부분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했다. 황폐한 미래 사회의 모습과 화려한 액션을 날 것의 생생함으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주요 촬영지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 수작업으로 만든 차량 150대를 동원해 120일 넘게 촬영했다. 팔꿈치 밑으로 잘린, 여자 주인공 퓨리오사(샬리즈 시어런)의 팔을 표현하는 모습, 액션 장면 촬영을 위해 사용된 와이어와 효과적인 액션 연출을 위해 동원된 여러 기계 장치들을 화면에서 지우는 데만 CG가 활용됐다. CG에 의존한 장면이 영화 전체 분량의 30% 가량이다. 할리우드 공상과학영화의 CG 비율이 60%이상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아날로그 액션을 위해 동원된 스턴트맨만 150명이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태양의 서커스’ 출신 스태프도 참여했다. 악당 무리가 달리는 차의 장대에 매달려 시소처럼 오르내리며 주인공 맥스(톰 하디)와 퓨리오사 일행을 공격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에서는 “액션으로만 보면 ‘어벤져스’ 이상” “이제 다른 액션영화는 못 볼 듯하다” “팝콘 콜라 사가지 마라, 먹을 시간이 없다”는, 비명과도 같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매드맥스 4’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실장은 “관객이 원하는 부분에만 집중하는 사족 없는 스토리라인이 강점인 영화”라며 “CG에 지친 관객들에게 색다른 맛을 선사한 점도 흥행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여성 캐릭터 시대상을 반영하다
여성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한 점도 관객들에게 통했다. 멜 깁슨이 주연을 맡았던 이전의 ‘매드맥스’ 시리즈는 수컷의 거친 행태에 초점을 맞췄다. 복수를 위해,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도로를 질주하며 상대방에 맞서는 맥스의 모습은 마초의 전형이었다.
‘매드맥스 4’는 남성적인 풍모의 ‘미친’ 맥스에 여전히 초점을 맞추나 여성 인물을 스크린 중심에 포진하며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여전사 퓨리오사가 여성 억압적 독재체계에 반기를 든다는 설정부터가 신선하다. 70~80대 여자배우들이 사막에서 바이크를 모는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노장 여배우들이 “침대에 누워있거나 치매환자 역할만 연기하다 여전사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평생 다시 없는 기회라 생각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씨는 “여자 지도자를 내세우는 등 시대에 맞춰 각색한 시나리오가 이전 ‘매드맥스’ 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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