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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앱’ 설치 땐 자녀 동의부터 구하세요

입력
2016.10.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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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견해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직원 다루듯 하는 아빠들 많아

대화 중 70%는 칭찬에 할애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 아이가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폭력적인 게임, 성인물 등에 노출돼 잘못된 길로 빠지진 않을까.’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주제다. 전문가들은 감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여부를 고민하기 전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지적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뭘 하는지 몰라 불안감이 증폭되고, 이는 일방적인 감시로 이어져 결국 자녀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악순환 발생하기 때문이다. 디지털기기 사용뿐 아니라 일탈로 여겨지는 자녀들의 다른 행동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아빠들은 정서적 접근보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관점에서 아이를 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배주미 마음사랑상담센터 임상심리학 박사는 “야단, 비난하는 일이 더 많은데, 잘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칭찬해주는 걸 70% 정도 비율로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며 “자녀의 행동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면 자녀들은 하는 일을 감추게 된다”고 말했다. 자녀가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구나’ 맞장구 치고, 자녀들이 쓰는 표현에 대해 ‘이렇게 재치 있게 말할 수도 있구나’라고 공감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회사 직원 다루듯 아이를 다루는 아빠들이 많다”며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대화하려고 하지 않으면 아이는 입을 닫고 결국에는 아이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배주미 박사는 “시시콜콜 잔소리하기보다 5개 중 4개 정도는 모르는 척 나무라지 말고 지켜봐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정화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어디 가자고 할 때 아이가 안 따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화를 내는 아빠들도 있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가는 시기는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때라 정상적인 발달 과정임을 이해하고 감정조절을 잘 해야 관계를 좋게 가져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감시 앱을 설치하겠다면 자녀의 동의부터 구해야 한다. 정선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권조례를 보면 일기장 검사도 못 하게 돼 있는데 같은 맥락”이라며 “가정에서부터 권리를 존중 받지 못하면 외부에서 권리를 존중 받길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주미 박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네가 모르는 나쁜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걱정돼. 너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건데 설치해보는 게 어때?’라는 식으로 대화를 통해 같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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