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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에너지전환과 산업부 역할

입력
2017.12.21 17:4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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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3020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 계획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6기 백지화, 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담았지만 2022년까지 원전 4기가 추가로 완공된다. 전면 재검토한다던 석탄발전소 9기 중 7기를 건설하고, 나머지 2기는 용량을 늘려 LNG로 짓는다. 양수발전소 2기가(GW)가 추가되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전체 전력의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 정부 정책의 관성을 감안하더라도 에너지전환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발전설비 용량계획만이 아니라 발전량 믹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살펴보면 더욱 답답하다.

산업부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2030년에도 4인 가족 기준 월평균 600~700원 정도 오른다는 것이다. 가정용은 전체 전력사용량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산업분야의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화와 에너지 비효율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한다는 것은 수요관리 핵심수단을 미리 포기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100m 달리기 출발선상에 선 산업부가 두 손으로 자기 발목을 잡고 뛸 준비를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전력시장에 환경급전을 반영하는 방안도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식만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원전과 석탄의 발전량을 줄이고 가스 가동을 늘리는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 이대로라면 기저발전인 원전과 석탄 설비가 계속 늘어나면서 가스발전량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이후 가스발전사업자들이 아우성을 치는 이유가 있다.

더구나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에너지효율산업과 재생가능에너지가 성장할 수 있을까. 비효율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각각의 전력소비자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8차 계획에 따르면 석탄설비 용량은 2017년 36.8기가(GW)에서 2030년 39.9기가로 되레 늘어난다. 2020년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석탄발전소 퇴출을 선언하는 국가가 늘어나는데, 우리는 석탄설비를 늘려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특히 8차에 반영된 삼척화력은 2013년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이래, 4년 반이 되도록 환경영향평가조차 완료하지 못한 상태이다. 포스코에너지가 동양그룹으로부터 시세보다 턱없이 높은, 4,000억 원이 넘는 돈으로 석탄발전 사업권을 인수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업이다. 오죽했으면, 민변에서 산업부에 포스코에너지에 대한 특혜시도를 중단하고 법에 따라 삼척화력 발전사업 허가를 취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을까. 재생에너지3020 계획도 태양광과 풍력 확대에 장벽이 되고 있는 갈등관리 대책,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상향조정 비율, 송배전망 확충에 대한 세부 이행계획은 빠져있었다.

대선을 앞당겨 치르고 바로 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전환의 밑그림을 차분히 그려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산업부가 타 부처와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에너지전환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산업부의 소통적 리더십과 거버넌스 운영이 중요하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3020계획도 수정 보완해야 하고, 안팎의 쓴 소리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내년에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절차가 시작된다. 그야말로 향후 20년간의 에너지전환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열린 정보를 기반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참여해 만들어야 한다. 2018년, 산업부가 에너지전환을 위한 소통광장을 활짝 열어 제치기를 기대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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