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우 기자

등록 : 2018.01.14 14:13

하와이 경보 오작동, 허점 드러난 미국의 대북 ICBM 방공망

등록 : 2018.01.14 14:13

미 공군의 미사일 실험. 미 국방부

미국 하와이주에 탄도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잘못된 경고로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또 유사시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방공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에도 상처를 남겼다.북한으로부터 7,000㎞ 정도 떨어진 하와이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가장 직접적인 타격 대상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해 언급하면서 “적 미사일의 97%를 공중에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보시스템 오작동 사고가 보여주듯, 현재 미국 방공망으로는 ICBM을 완벽하게 요격하지는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직 미국 국방부 관료인 미국 군축핵확산방지연구소의 필립 코일 수석과학조언가는 미국 과학 전문 온라인매체 라이브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1959년 ICBM 기술이 처음 개발된 이래 70여년 간 대응 연구를 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미국 국민을 완벽하게 보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CBM 요격의 난점은 미사일이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ICBM의 발사 후 비행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미사일이 대기권에 돌입하기 전 발사 단계, 미사일이 진공 상태에서 움직이는 단계, 대기권에 재돌입해 목표로 떨어지기 전 최종 타격 단계다. 각각의 단계 모두 미사일을 요격하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고 코일은 설명했다.

우선 미 국방부는 미사일 발사 전과 대기권 돌입 이후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발사 직후에는 대기권을 돌파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수 분에 불과한 데다, 북한에 중국ㆍ러시아 등 미국의 잠재적 적대국 가까이에서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재돌입 이후를 노리는 것도 미사일이 떨어질 때까지 시간이 많지 않고, 요격에 실패할 경우 미사일이 캐나다 같은 엉뚱한 장소에 떨어져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는 결국 ICBM이 진공 우주에서 비행할 때 요격하는 방법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 성과가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 시스템이다. 현재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와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GBI)을 발사해 적 ICBM을 요격하는 방식이다. GMD는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총 18회 요격 시험을 실시해 10회 성공했다. 성공률이 약 56%인 셈이다. 현재 미국에 배치된 GBI는 총 44기다. 만약 실제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미국은 요격 미사일을 최소 4기 발사해 성공률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일은 “요격 시험이 사전에 예고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공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특히 이런 시험이 미국을 겨냥해 핵 공격을 하려는 적대국에 방어 시스템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실제로는 더 낮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성공으로 판단된 시험 중 일부는 목표를 스쳐 지나갔을 뿐 완전히 파괴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핵전쟁은 (목표에 가깝게 스친 것도 인정하는) 원반 던지기 놀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미국 과학자 중심 시민단체 참여과학자모임(UCS)의 천체물리학자 로라 그레고는 현재 ICBM 요격 시스템은 다소 급하게 조정돼 있어 결함이 많다며 “예를 들어 ICBM 발사 측이 우주 비행 도중 요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핵탄두가 탑재되지 않은 미끼 20~30기를 발사하면 요격 시스템이 ICBM과 미끼를 구분하지 못해 요격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미 국방부는 지난해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가정한 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GMD) 요격 시험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 시험은 태평양 마셜군도 콰절린 환초에서 미 본토 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요격 미사일로 격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격추 대상은 실제 ICBM이 아닌 속도를 한층 빠르게 만든 맞춤형 미사일이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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