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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켄타우로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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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켄타우로스의 비극

입력
2017.05.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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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영국 출신 여성 포크 가수 조앤 글래스콕이 부른 ‘더 센토(The Centaur)’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이 인간 소녀를 사랑한 이야기를 담은 슬픈 곡조의 노래다. 센토는 머리부터 허리까지는 사람이고 나머지 몸체는 말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의 영어식 발음이다. 가사를 보면 그는 인간과 말, 양쪽 모습을 가졌지만, 어느 쪽에서도 환영 받지 못했다. 자신의 포부를 알아주는 인간 소녀를 사랑했지만, 숲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인다 해도 산들바람이 불면 마음이 흔들리고 질주 본능을 버릴 수 없는 존재였다.

▦ 1997년은 인공지능(AI) 역사에 전환점을 이루는 시기였다. IBM의 딥 블루가 컴퓨터 대 인간의 경기에서 체스 세계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누른 뒤 승승장구하면서 체스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카스파로프는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더욱 향상하겠다는 발상 전환을 했다. 컴퓨터와 힘을 합쳐 대국을 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프리스타일 체스 경기라고 하겠다. 대국자가 인간ㆍAI 사이보그 형태라는 의미에서 켄타우로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켄타우로스 방식은 AI의 연산능력을 동원해 선수가 다음 수를 판단한다.

▦ 23~27일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대국이 있었다. 구리 9단과 알파고A, 롄샤오 8단과 알파고B가 각각 팀을 이뤄 차례로 수를 놓는 방식이다. 인간과 AI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AI와 인간이 모두 같은 편 선수의 전략까지 고려해 다음 수를 놓아야 한다. 이 대회에서 바둑 세계 1위라는 커제는 알파고와 세 번 경기를 해서 모두 패했다. 이미 바둑계에서 AI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섰고, 지난해 이세돌 9단의 1승이 마지막 승리라고 본다.

▦ 세계적 과학기술 칼럼니스트 케빈 켈리는 저서 <인에비터블>에서 AI보다 훨씬 뛰어난 초지능이 등장하는 미래는 두 가지 시나리오밖에 없다고 한다. 첫째는 AI가 신과 같은 지혜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큼 영리해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의 걸러내기와 통제를 통해 AI가 인간과 상호 의존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케빈은 전자는 가능성이 높지 않고 후자가 바람직하다고 봤다. AI와 공존을 서두르지 않으면 켄타우로스처럼 비극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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