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식
주필

등록 : 2016.08.04 20:00
수정 : 2016.08.04 20:00

[황영식의 세상만사] 몰매가 억울한 사드

등록 : 2016.08.04 20:00
수정 : 2016.08.04 20:00

‘핵무장 북한’의 전략목표 점검해야

미국의 핵우산ㆍ자동개입 보장 장치

대응 전략체계에 전술 논의는 무용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몰매를 맞고 있다. 배치 후보지인 경북 성주군의 반발이야 그렇다 치자.

전자파 공포가 군민 뇌리에 똬리를 튼 마당이다. 중국의 반발이 성가시지만, 어차피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 가야 할 문제다. 가장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 즉 식자층(識者層)의 매질이다. 성주군의 반발에 올라탄 국민의당은 사드 자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원칙적 수용 자세를 보인 제1야당에서도 국민의당의 ‘반대 선점’을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새 나온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3당의 ‘사드 반대 연대’가 시간문제인 듯하다.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는 순간 합리적 논의는 물건너간다.

그동안의 사드 논의도 적확성(的確性)을 결여했다. 성주군과 중국의 반응, 전자파 문제를 빼고 가장 많았던 게 사드의 성능, 한반도라는 전장(戰場) 특성을 감안한 상대적 효용성, 미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이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면 국민 절반 가까이가 사는 수도권의 미사일 방어가 어렵다.” “사드 1개 포대는 최대 요격미사일 48발을 갖추는데 요격 성공률을 감안하면 기껏 20~30기의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은 종심(縱深)이 짧아 북의 미사일보다는 방사포(다연장로켓포)가 더 큰 위협이다.” 전문적 식견이 없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옳은 말이다. 그에 대한 반론 또한 엉터리가 아니다. “사드는 북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전면ㆍ최종적 대응책이 아니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나 패트리엇을 비롯한 기존 방공망과 상호보완 관계다.” “수도권은 사드 외에 다른 미사일방어망에 의존하면 된다.”

이런 식의 논의는 사드의 본질적 성격이나 배치 결정의 핵심 이유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미국의 잇따른 요구에 좀처럼 답하지 않던 정부가 ‘돌연한’ 결정으로 치닫고, 아직도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배경부터 더듬어야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이를 수 있다. 지난달 정부의 배치 결정은 ‘결정적 사건’의 결과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유력한 후보가 6월 22일의 ‘무수단’ 시험발사다. 사정거리가 3,000㎞ 이상인 무수단을 북은 80도 이상의 고각으로 발사했고, 무수단은 고도 1,413㎞까지 상승했다가 낙하해 발사 지점에서 400㎞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일부 언론은 전문가 견해를 들어 북이 핵탄두 소형화에 이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전력 증파 거점인 괌 기지까지 핵미사일 사정권에 넣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허장성세로 여겼던 북의 ‘미 본토 핵 공격’ 주장이 현실감을 띠기 시작한 때문이다. 사실상의 핵 보유국인 북이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시험발사에 매달리는 것과 함께 북 핵의 전략적 목표가 한결 뚜렷해졌다. 한반도 유사시 괌 기지로부터의 미군 1차 증파는 물론이고 미 본토로부터의 2차 증파까지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북의 핵ㆍ미사일 개발은 애초에 남한 내의 타격 목표를 겨냥한 전술용이 아니라 군사도발의 최종 쐐기로 작용해 온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용이다.

북의 핵무장 이후로도 우리 대응태세는 크게 바뀐 게 없다. 북핵 대비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나머지 통상전력 증강에 대비해 왔다. 대응 핵무장이 불가능하고, 일부 전술 핵무기라면 몰라도 본격적 핵 전력은 속성상 전술화에 제약이 따른다는 판단은 나름대로 적절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이 찢긴다면 얘기가 다르다. 일반적 어감과 달리 핵우산은 상호확증파괴, 즉 보복 핵 공격 능력에 따른 핵 전쟁 억지력을 가리킨다. 과거 미소의 핵 군비경쟁에서 요격미사일(ABM)이 중요 잣대의 하나였듯, 미사일방어 능력은 핵우산의 불가결한 요소다. 사드는 미국의 핵우산을 보강하기 위한 전략무기체계다. 그러니 전술적 논의에 매달려 봐야 부질없다. 안보상황이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인식하는 게 급선무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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