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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라는 이유로 결코 좌절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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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라는 이유로 결코 좌절할 필요 없어”

입력
2017.06.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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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노보 노디스크’ 선수팀장 크리스 윌리엄스 인터뷰

2012년 세계 최초로 당뇨병 환자로 구성된 프로 사이클 팀 이끌어

국내 30세 이상 가운데 13.7%가 당뇨병 환자다. 잠재적 환자인 전(前)단계도 24.8%다(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와 함께 적절한 식사요법, 운동요법 등으로 적극 대처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마침 지난 14~18일 닷새간 여수~서울(700㎞)을 달리는 국제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코리아’에 팀원 전원이 당뇨병 환자인 프로 사이클 선수단 ‘팀 노보 노디스크’가 5년 연속 출전했다. 선수팀장인 크리스 윌리엄스(35)와 이메일 인터뷰했다. 당뇨병 환자인 그에게 일반인보다 건강하게 사는 비결을 들어봤다.

당뇨병 환자인 크리스 윌리엄스 ‘팀 노보 노디스크’ 프로 사이클 선수팀장은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당뇨병 환자라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지내고, 체력소모가 큰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팀 노보 노디스크 제공
당뇨병 환자인 크리스 윌리엄스 ‘팀 노보 노디스크’ 프로 사이클 선수팀장은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당뇨병 환자라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지내고, 체력소모가 큰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팀 노보 노디스크 제공
크리스 윌리엄스. 팀 노보 노디스크 제공
크리스 윌리엄스. 팀 노보 노디스크 제공

-‘팀 노보 노디스크’를 소개하자면.

“팀원 모두가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인 세계 최초 프로 사이클 팀이다.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반인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2012년 창단했다. 우리 팀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량으로 경기를 펼치며, 당뇨병 환자라고 해서 결코 좌절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어떻게 선수가 됐나.

“호주에서 사이클 선수생활을 하던 2009년 경기 도중에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 단순 탈수 증상인 줄 알았는데 27세 나이에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담당 의사는 당뇨병 환자에게 사이클 같은 강한 지구력이 필요한 스포츠가 맞지 않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선수생활을 포기할까 고민하다 친구와 팀원의 도움으로 페달을 다시 밟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팀 노보 노디스크가 창단되던 2012년에 합류했다.”

-훈련과 경기는 어떻게 하나.

“프로 사이클은 강한 체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일반 선수도 경기에 참가하려면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 팀원들은 당뇨병을 관리하면서 매주 20~30시간 훈련하고 있다. 또 경기 때나 전후로 혈당 수치를 철저히 모니터링한다. 혈당 범위를 최적으로 유지하려고 영양 섭취와 인슐린 투여를 조절한다. 휴대용 혈당 측정기로 혈당을 체크하고, 별도로 지속적 혈당 측정기(CGM)를 착용해 몇 분 간격으로 수치를 확인한다. 혈당 수치는 6.6~10mmol/L이나 120~180㎎/㎗을 유지하려고 한다. 혈당 수치가 목표 값 이상이면 약물을 투여하고, 목표 값 이하라면 탄수화물이 든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한다. 선수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개인별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 팀은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당뇨병 환자도 얼마든지 건강히 지낼 수 있고, 체력 소모가 큰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정신력 함양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사실 경기할 때 당뇨병을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보다 그저 늘 함께 해온 존재로 여긴다. 팀원 상당수가 어릴 때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아 당뇨병을 극복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당뇨병 때문에 몸과 마음이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산레모 경기를 완주했을 때다. 하루 일정 레이스인데, 경주 거리가 300㎞에 달해 세계 5대 장거리 코스로 꼽힌다. 호주에서 늦은 밤 TV로만 지켜보던 꿈의 경기에 직접 출전해 완주했다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로 35세다. 우리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어린 선수를 도와주고 이끌어 가는 게 제 역할이다. 우리 팀에는 비교적 사이클 경력이 적은 선수가 많다. 물론 사이클은 우선적으로 개개인의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 종목이지만, 팀의 경기 전략과 자신의 역할을 잘 배워야 한다. 팀원에게 이런 부분을 잘 알려주고 도와주려고 한다.”

-한국 당뇨병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뇨병은 365일 24시간 몸에 영향을 미치는 병이다. 올바로 관리하려면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음식을 섭취할 때나 운동할 때 등 자신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혈당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야 한다. 이에 따라 언제 어떤 음식을 먹고, 언제 약을 먹을지 등 본인만의 관리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관리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자신의 몸은 본인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당뇨병에 오해와 편견이 많았다. 이제는 부정적인 시선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단지 당뇨병 환자라는 이유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 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제1형 당뇨병 환자로 구성된 ‘팀 노보 노디스크’ 프로 사이클 선수들이 지난 14~18일 닷새간 여수~서울 구간에서 열린 국제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 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팀 노보 노디스크 제공
제1형 당뇨병 환자로 구성된 ‘팀 노보 노디스크’ 프로 사이클 선수들이 지난 14~18일 닷새간 여수~서울 구간에서 열린 국제 도로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 에서 전력 질주하고 있다. 팀 노보 노디스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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