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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이자 기회 맞은 후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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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이자 기회 맞은 후춘화

입력
2018.03.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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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춘화 중국 부총리. 바이두
후춘화 중국 부총리. 바이두

중국의 차기 유력주자로 꼽히면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측의 집중 견제를 받아온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핵심멤버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은 후계자 지명을 받지 못한 채 부총리단에 겨우 이름을 올린 상황이지만 정치권 내 신망이 높다는 점이 확인됐고 시 주석의 역점사업인 빈곤 퇴치 관련 업무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업무 실적에 따라 ‘포스트 시진핑’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생긴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올해 54살이 된 후 부총리에 대해 “위기이자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헌법 개정을 통해 3연임 이상이 가능해지면서 차기 지도자를 향한 그의 행보가 더욱 힘들어졌지만 동시에 빈곤퇴치 업무에서 성과를 낸다면 2027년 이후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부총리단에 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신임투표 결과는 정치권 내부에서 그에 대한 신임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SCMP는 덧붙였다.

실제 후 부총리가 맡게 된 업무는 농업ㆍ상업ㆍ위생 등의 분야다. 특히 농업분야의 경우 시 주석이 줄곧 강조해온 빈곤퇴치 업무와 직접 연관돼 있다. 시 주석은 2020년까지 “어느 한 곳도 빼놓지 않고 탈빈곤 대업을 완성해야 한다”면서 이를 전면 샤오캉(小康ㆍ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실현의 중대 지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후 부총리는 앞으로 시 주석 지근거리에서 자신의 충성심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빈곤퇴치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야 할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능력에 따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는 갖게 된 셈이다.

전날 부총리단에 대한 전인대 투표 결과도 후 부총리 입장에선 만족할 만하다. 그는 찬성 2,969표, 기권 1표로 부총리 4명 중 유일하게 반대표가 없었다. 정치국 상무위원인 한정(韓正) 상무부총리에게는 반대표가 4표 나왔고,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는 반대 5표, 기권 8표를 받았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류허(劉鶴) 부총리에게도 반대 3표, 기권 2표가 있었다. 심지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얻었던 찬성 2,964표, 반대 2표보다도 더 나은 성적표다. 시 주석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중국 관가의 신망이 여전히 두텁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일찌감치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집권 시절 격대(隔代) 후계자로 지명돼 별다른 과오 없이 광둥(廣東)성 서기 등 주요 직무를 마친 후 부총리는 6세대 정치인 중 선두주자로 꼽혀왔다. 허베이(河北)성 우펑(五峰)현 산골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후 부총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몰두해 17살에 천재 소리를 들으며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에 입학했고, 대도시에서의 편안한 관료생활을 마다하고 티베트 근무를 자원해 20년 가까이 지방행정을 몸에 익혔다. 그는 40대 중반에 공청단 제1서기를 지냈을 만큼 후 전 주석과 리 총리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한 공청단의 핵심멤버다.

오는 2022년 제20차 공산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를 내려놓지 않고 이듬해 양회에서 국가주석을 연임한다면 후 부총리는 상무위원에 오른 이후 총리직을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시 주석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시 주석 측이 공청단파를 집중견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2022년에 집권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후 부총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적을 수 밖에 없다. 홍콩 시사평론가 류쓰루(劉斯路)는 “현 상황에서 후 부총리가 차기 후계자가 되기는 쉽지 않고 2인자인 총리에 오를 가능성은 남아있는 편”이라며 “물론 이마저도 그의 업무실적과 함께 시 주석과의 관계가 얼마나 원만할 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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