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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담판 뒤 심상찮은 북미… 북한 “미국 태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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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담판 뒤 심상찮은 북미… 북한 “미국 태도 유감”

입력
2018.07.07 23:33
수정
2018.07.0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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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폼페이오 떠난 뒤 외무성 입장 표명 

 “美, 일방적ㆍ강도적 비핵화 요구만 

 합의된 종전선언까지 뒤로 미뤄놓으려 

 군사연습 취소,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핵시험장 불가역적 폐기에 대비 못해 

 확고했던 우리 비핵화 의지 흔들릴 위기” 

 트럼프 친서 품고도 김정은 면담 불발 

 美 상응조치 미흡에 불만 품었을 가능성 

마이크 폼페이오(정면)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북한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정면)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북한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6ㆍ12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첫 후속 협상 뒤 북미 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위급회담 참석차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떠나자마자 북한이 외무성을 통해 깊은 실망감을 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친서까지 휴대한 폼페이오 장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주지 않은 사실도 부정적 기류의 방증으로 해석 가능하다.

북한 외무성은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틀간 방북 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 수뇌상봉(정상회담)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6일과 7일에 진행된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이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로 순진한 것이었다”고도 했다.

대변인 담화에서 외무성은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며 “정세 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문제인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외무성은 또 “미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합동군사연습을 한두 개 일시적으로 취소한 것을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총 한 자루 폐기하지 않고 모든 병력을 종전의 자기 위치에 그대로 두고 있는 상태에서 연습이라는 한 개 동작만을 일시적으로 중지한 것은 언제이건 임의의 순간에 다시 재개될 수 있는 극히 가역적인 조치로서 우리가 취한 핵시험장의 불가역적인 폭파 폐기 조치에 비하면 대비조차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첫 조미 고위급회담을 통하여 조미 사이의 신뢰는 더 공고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며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 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미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이를 위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기성에 구애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신뢰 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며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비핵화 실현에 부합되는 객관적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좋게 시작된 쌍무관계 발전의 기류가 혼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가 자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라기보다 북미 적대관계 청산에 수반하는 결과라는 식의 논리인 것으로 읽힌다.

외무성은 “역풍이 불기 시작하면 조미 양국에는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국제사회에도 커다란 실망을 안겨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서로가 필경 다른 선택을 모색하게 되고 그것이 비극적인 결과에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어디에도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중단할 의사는 아직 없음을 시사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을 마치고 평양을 떠난 지 불과 5시간 만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건 자신들에게 비핵화 조치만 요구할 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상응 조치 제시에는 소극적인 미국의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1박 2일 간의 방북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면서 들고 간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협상 상대방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대신 건넬 수밖에 없었던 것도 북한 측의 이런 불만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외무성은 이번 회담에서 김 부위원장을 통해 김 위원장 친서를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달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을 통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훌륭한 친분 관계와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감정이 이번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앞으로의 대화 과정을 통하여 더욱 공고화되리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명하시었다”고 소개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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